특약 없이 계약해제 사유는 인정 힘들어…월세 감액은 인정
서울중앙지법 판결…“계약 당시부터 특약 남기고, 어렵다면 병원입점 중요성 근거로 남겨야”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같은 건물 병원이 이전했을 때에 약국은 제대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월세를 감액받을 수 있을까?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7민사부가 함께 진행한 ‘임차보증금’과 ‘부동산인도 청구’ 소송에서는 별도의 특약이 없는 상황에서 임대차 계약 해제 사유까지는 인정되지 못하고 여러 정황에 따른 감액까지는 인정받는 사례가 소개됐다.

사건 주요 내용을 보면, 이 사건은 병원이 임대차 계약 종료를 앞두고 옆 건물로 이전하면서 벌어졌다. 앞서 건물주는 두 명의 약사에게 임대를 줬고 그동안 건물 내 병원은 내과, ENT 등의 진료 환자를 받고 있었다.

A약사는 2020년 2월 5년짜리 장기계약서를 작성하고 두 번째 약사에게 보증금 2억 3000만원 · 월세 800만원으로 약국 운영을 승계받았다.

그러나 약국 계약 1년 6개월이 지난 시점에 병원은 임대차계약이 종료됐으며, 재계약 없이 옆 건물로 이전을 결정했다. 이에 맞춰 A약사는 B약사와 함께 병원이 이전한 건물 1층 상가를 계약하며 약국을 옮겼다.

소송에서 A약사는 병원 이전에 따라 계약 요건이 현저하게 변경됐기 때문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약국 운영은 일반약 판매로도 운영이 가능하고, 병원 이전 후에도 처방이 아예 오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병원이 이전하더라도 약국은 의사 처방 없이 일반약을 판매할 수 있어 운영을 전혀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며 “병원이 옮기면서 함께 이전한 약국 상가에도 누군가 바로 입점했을 거라고 단정할 수 없고, 만약 다른 약국이 생겨도 거리는 25m라서 병원 처방조제를 전혀 못했을 거라 단정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차임감액청구권(월세 감액) 행사에 대해서는 근거를 인정받았다.

약사가 병원 이전 후 건물주에게 ‘주변 상가 시세보다 훨씬 비싼 상태인데 감액해줄 생각도 없으시냐’고 문자를 발송한 것과 계약 전 원고와 피고가 나눈 대화 내용이 인정된 것이다.

이와 관련 복수의 감정인은 병원이 존재하지 않는 한 약국 입지로 부적절하다고 보고 적정 월세를 292만원, 300만원으로 감정했지만 재판부는 최종 500만원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도 대화 중 처방전 60장이 나와야 차임을 지급할 정도가 된다고 인정한 바 있다”면서 “하지만 약국을 운영했다고 해도 처방 조제 매출이 전혀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월세는 800만원의 62.5%인 500만원으로 감액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따라서 월세를 지급하지 않은 2021년 8월부터 건물주가 임대차 계약해지 의사를 표시한 2023년 7월 13일까지 기간의 월세를 감액 계산해 이를 제외한 보증금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A약사와 B약사에 대한 변호를 맡은 우종식 변호사(법무법인 규원)는 “병원 이전에 대한 임대차 계약상 특약이 존재하지 않았다”며 “이 경우에도 계약상 병원의 영업, 입점 등이 계약의 중요한 부분이었음을 입증해 민법이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 차임감액요건에 해당한다면 차임감액을 할 수 있다는 판결이었다”고 설명했다.

우종식 변호사는 “가능하면 계약 당시부터 병원과 관련한 특약을 남길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하며, 그렇지 않더라도 계약 당시 녹취 등을 통해 병원의 입점, 영업이 중요하게 다뤄졌음을 남기는 것이 도움이 된다”면서 “약국은 월세가 높아 바로 포기하면 피해가 크다.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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