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만 편집국장
이상만 편집국장

[의학신문·일간보사] 최근들어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법원의 잇따른 적법 판결을 놓고 의학계와 한의계간에 첨예한 입장차를 드러내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합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에 이어 파기환송심에서 또다시 무죄를 선고했다. 또한 대법원은 최근 한의사의 뇌파계 사용에 대해서도 합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에 대한 법원의 판결 요지는 초음파 진단기기인 범용초음파영상진단장치는 위해성이 낮은 기기라는 점에서 허용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법원 해석은 지난 2010년 헌법재판소의 위법 판결 당시와 달리 현재 한의과 대학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 기초 교육이 보강되었고,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를 적용 또는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한 것임이 명백히 증명되었다고 불 수 없다는 취지다.

또한 법원의 한의사의 뇌파계 사용과 관련해서도 특별한 임상경력이 요구되지 아니하고 그 위해도도 높지 않으며, 그 사용에 서양의학에 관한 전문지식이나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점에 비추어 보면, 한의사가 이를 사용하더라도 보건위생상 위해의 우려는 없다는 취지에서 허용 판결을 내렸다.

법원의 이 같은 판결 내용을 유추하면 앞으로 위해도가 높지 않은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한의사의 허용 사례가 늘어 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때마다 의학계와 한의계간의 갈등은 재연될 수밖에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이처럼 사사건건 법원 판결을 놓고 의학계와 한의계간에 소모적인 논쟁이 지속될 경우는 자칫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건강을 보호해야 할 의료인에 대한 국민들로부터의 신뢰 저하는 물론 국민건강을 볼모로 한 양단체간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의학계가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반대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자칫 직적접인 위해를 주지 않은 경우라도 잘못된 진단의 결과가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한의계에서는 이 같은 의학계 주장에 대해 과거와 달리 한의사들은 한의대에서 본과 4년간은 물론 한의사가 된 후에도 보수교육 등을 통해 충분한 초음파 실습과 교육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얼마든지 현대의료기기에 대한 사용 자격을 갖췄다고 항변한다.

이와 같이 현대의료기기 사용권을 둘러싸고 법정다툼까지 벌이게 된 양 단체의 갈등의 요지는 실제 환자 진료에 있어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소정의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충분한 자격을 갖춰냐에 있다.

그동안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양단체간 마찰을 빚을 때마다 국민 건강에 주안점을 두고 중재자 역할을 자처해왔지만 결국은 간극을 좁히지 못한 채 법정 다툼으로 치달으면서 갈등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물론 최종적으로 법원의 판결이 존중되어야 하겠지만 이는 법리적인 판단이지 갈등을 해소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데 한계가 있다.

결국 양단체간 현대의료기기 사용의 적법성에 대한 기준은 환자 진료에 있어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는 자격을 갖췄느냐에 달려있다. 따라서 정부는 관련 전문가단체와 협의체를 구성해서라도 진료 현장에서 무분별한 진단이 이뤄지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 대안으로 중장기적으로는 의료일원화라는 큰 틀에서 이원화되어 있는 의대 및 한의대 의 교육과정을 통합 운영하면서 현대의학과 전통의학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이젠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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