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안병정 기자] 비대면 진료가 시범사업에 들어간 이래 한시적 제도시행 때 보다 이용률이 30% 넘게 줄었다는 정부의 발표가 나왔다. 정부가 밝힌 통계의 기준점은 시범사업 계도기간 이었던 지난 67월과 그 이전 한시적 제도 운영 기간과의 비교인데, 이대로라면 시범사업이 정식으로 시작된 9월부터의 이용자 수는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정부가 본 시범사업에 들면서원칙대로 초진과 약 배송을 제한하고, 제반 지침을 위반하면 보험급여 청구액 삭감, 행정처분 등의 제재에 나서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서비스의 범위와 편의성이 축소된다면 환자나 병원 모두 비대면 진료의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은 당연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시범사업이 제도 확립을 위한 문제점을 도출 해내는 등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그러자 복지부는 초진환자 허용범위를 확대하고, 재진의 범위를 재설정 하는 등의 시범사업 모델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 반면 의료계는 정부와 합의 사항인 진료보조수단, 재진중심 등 4대 원칙을 제대로 지키라는 입장이고, 특히 초진 허용 불가론을 펴고 있다. 약계 또한 약 배송 금지원칙 등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복지부가 난감해 하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 14일 공청회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지표를 소개한 담당관은 “(이대로는)제도 취지 자체가 형해화(形骸化) 되는 우려가 있어 주목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사실 비대면 진료는 시대적인 흐름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많은 국민들이 지난 3년간의 경험을 통해 꼭 필요한 제도라는 인식을 하여 이미 사회적인 합의를 이룬 상태다.

이에 따라 정부도 제도화를 위한 시범사업에 착수했고, 법적 근거 확보를 위한 관련 법률의 정비에도 나서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지금 그 첫 발을 뗀 순간부터 제도의 형해화를 우려하는 상황이 제기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제도 확립과 관련하여 지금 각 직능에서 요구하는 주의나 주장이 결코 명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무엇이 합리적이고, 더 합목적인지는 검증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 수단과 방법이 시범사업 아니겠는가.

그동안 의약계가 제기하고 있는 제반 문제의 핵심은 환자 안전에 관련한 사항이다. 그 다음으로 의료사고 또는 과실에 대한 법적 책임과 플랫폼 업체의 과도한 마케팅 등이 꼽힌다. 다들 공감하는 사안이라고 본다. 그러기에 이런 문제와 우려를 제대로 도출하기 위해서는 모두를 시범사업의 대상에 올려놓고 심층적으로 검증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제도의 안전성을 더욱 굳건히 확보하고, 특히 제도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나 과실을 법으로 보호해 줄 방안까지 도출한다면 보다 완전한 제도를 확립할 수 있다고 본다.

비대면 진료는 문명의 이기를 활용하여 국민들의 건강증진 및 관리에 기여할 수 있는 편리한 제도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앞에서 형해화를 얘기했던 것처럼 제도를 속빈강정으로 만들어 이용자들의 외면을 받는다면 무용지물이다. 그렇다고 제도를 무리하게 설계하여 의료서비스 제공자들에게 부담을 주거나 의료사고 등에 대한 책임을 떠안게 해서는 더욱 안 될 일이다.

따라서 제기되는 제반 문제와 우려들을 시범사업에서 제대로 걸러내는 시도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와 의료계 등 이해당사자들이 다시 한 번 머리를 맞대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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