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의사 정원 99명에 현재 근무 의사 54명.

수도권의 핵심 도시인 성남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성남시 의료원의 현 실태다.

운영중인 25개 전문과목 가운데 내과(15명 근무), 응급의학과(7명)를 빼면 나머지 전문과목에 배치돼 진료중인 의사는 1-2명에 불과하다. 정신건강의학과는 아예 한 명도 없다.

종합병원의 전문과목이 의사 한 두명으로 운영할 수 없다. 의사 피로도를 생각해서 매일 근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과 인접해 있는 수도권 핵심도시의 의료원 운영 실태가 이렇다.

이정윤 편집부국장
이정윤 편집부국장

#2. 현재 수도권에서만 9개 대학병원이 11개 분원을 추진중이다. 이들 분원이 계획대로 추진되면 2028년에 수도권 병상이 6600병상 이상 늘어나게 된다.

대한의사협회는 “병상의 과잉 공급은 의료이용 과잉을 부추기고 의료자원 낭비와 국민 의료비 증가 등의 문제를 발생할 우려가 크다. 특히 수도권 대학병원의 경쟁적 분원 설립은 지역 내 환자는 물론 의료인력까지 무분별하게 흡수해 지역 의원급 의료기관이나 중소병원 운영에 막대한 피해를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요즘 수도권 병상수, 즉 대학병원의 분원 설립이 화두다. 전체인구의 절반 가량이 모여 사는 수도권에 병원과 병상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수도권에 거의 신설병원이나 다름없는 성남시의료원이 의료진를 구할 수 없어 병원 구실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현실이 시사하는바가 크다.

병원도 부익부 빈익빈인가? 성남시 의료원이 의사를 못 구해 파리를 날리고 있을 때 서울의 주요 대학병원들은 수도권에 분원을 낼 생각을 하고 있다.

가당치 않다.

정부가 나서 수도권 분원에 제동을 거는 모양새는 그나마 다행이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지역별 인구수 기준으로 병상수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전체 병상수가 인구 1000명당 7.3개로 OECD 평균(3.5개)의 2배나 많으며 현 추세대로라면 2027면 10만5000병상으로 과잉이 우려된다는 이유다.

특히 수도권에 유명대학의 분원이 생기면 지방 의료인력이 수도권으로 쏠려 지방의료나 필수의료의 약화가 우려되는 점도 지역별 병상수를 제한하는 까닭이다.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지역별 병상수 제한 정책을 들여다 보자.

우선 1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 병상 신증설시 시-도(의료기관개설위원회)에서 사전심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과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분원 등 의료기관 개설시 복지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재빠르게 정부 방침을 입법화하는데 나섰고 정치적 사안이 아닌데다 의료인력 지역별 수급 불균형에 대한 우려에 야당도 공감할 것으로 보여 이번 ‘지역별 병상수 제한’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오랜 만에 정부와 정치가 의료계 현안을 챙겨 보듬는 것 같아 다행이다.

이제 이번 병상 정책을 계기로 의료와 관련 중앙-지역간, 의료 직역간 현안을 타개할 방안은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

의사 수 적정 문제, 공공의대 신설, 시니어의사 활용, 지역별 의사 불균형, 지역별 의대 불균형 등 모든 의료현안을 내놓고 관계인 또는 관계기관(단체) 간의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지역별 병상수 제한 같은 묘수를 기대하는게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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