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nbsp;<br>명이비인후과 원장&nbsp;<br>&lt;의사평론가&gt;<br>
이명진
명이비인후과 원장
<의사평론가>

[의학신문·일간보사] 최근 필수의료와 지방의료시스템의 붕괴현상이 의료계 현안으로 떠 올랐다. 필수의료와 지방의료시스템의 공동화 현상을 타개하기 위한 키맨(Key-man)들의 입장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각자가 속해 있는 단체의 입장에 따라 키맨들의 정책 구상들이 다른 색을 보이고 있다.

복지부의 보건의료 최우선 국정과제

먼저 보건복지부 박민수 차관은 필수의료 살리기와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 제고를 보건의료의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걸고, 1. 의료 전달 체계 구축, 2. 전공의에 의존하는 병원을 전문의 중심의 병원으로 변경, 3. 의료인의 근무 여건을 개선 등 3대 정책 우선 순위를 정했다.

첫째 의료 전달 체계 구축을 위해 각 권역 병원을 축으로 1~3차 병원의 의료 인력 간 원활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향후 네트워크를 포괄할 수 있는 수가 개발을 할 예정이고, 둘째, 전공의에 의존하는 병원을 전문의 중심의 병원으로 바꾸기 위해, 증원된 인력이 새로 배출될 때까지 단계적이면서도 일관되게 병원 체질 개선 및 수련 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셋째, 의료인의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해, 중증·응급·소아·분만 등 필수의료 분야의 수가를 개선하고 인력도 확충해 업무량을 줄여가겠다고 했다. 아울러 사법 리스크 부담도 덜 수 있도록 의료분쟁 조정제도와 환자에 대한 보상도 강화하고, 이 과정에서 국민의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건보 재정의 누수를 줄이기 위한 개혁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신임 공단 이사장의 구상

한편 연간 100조의 건강보험재정을 관리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정기석 이사장 역시 의료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신임 정이사장은 첫째,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특별히 원가에 못 미치는 외과계열의 수가 개선을 먼저 손보겠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의료의 전문성이 없어도 시행할 수 있는 가벼운 시술이나 검사와, 기계가 하는 검사 등의 수가를 조정하여 수술 원가를 높이는 작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둘째, 행위별수가제, 포괄수가제 말고도 또 새로운 수가제를 잘 적용해서 최적의 진료를 최저의 비용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수가제도의 변동을 예고했다. 셋째,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해 년간 2000억원의 부당청구를 막기 위해 특사경이라고 부르는 특별사법경찰관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의 입장

대한의사협회의 입장은 복지부 차관이 밝힌 3대 우선 정책과제에 대해 예전부터 일관되게 같은 주장을 해 온 바다. , 의대 인원 증원에 대해서는 정부와 확연히 다른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단에서 수사권을 확보하려는 특사경 제도 입법에 대해서는 매우 강한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한 의료계 내부를 향해서도 의료전달체계 정비와 지역의료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고언을 하고 있다. 경쟁적으로 수도권에 분원을 설립하려는 대형병원들의 행보에 통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응급환자 사망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응급의료시스템의 개선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33색의 주장이 다 일리가 있지만 입장에 따라 다른 처방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의료라는 것이 복잡하고 어려운 영역이다. 의료는 단순한 직종이 아닌 Art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과학과 통계와 정책과 프로페셔날리즘이 종합적으로 작용해야 하는 종합작품이다. 33색의 주장이 작품을 이루려면 서로 원칙을 정하고 그 원칙에 합당한 정책을 서로 신뢰를 바탕으로 꾸준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바뀌어야 할 내부과제

각 단체가 좋은 정책으로 국민에게 유익을 끼치기 위해서는 각 단체가 선결해야 할 내부과제들이 있다.

복지부는 정책과 업무의 연속성이 결여되어 버리고, 상황마다 서로 합의한 사안을 깨버리는 불신의 역사가 먼저 해결되어야 한다. 예전과 달리 의료에 대한 전문 지식과 정직성을 가진 관료들로 채워지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정부가 장관이나 담당 관계자가 바뀔 때마다 의정간 약속이 무효화되어 버렸던 일들, 의료실태를 왜곡하는 통계 수치를 가지고 장난하는 정책추진에 치를 떨고 있다. 지난 수년간 문재인 케어를 추진한 정치권력 지향형 정책가들의 횡포와 피해가 선명하게 남아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서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좋은 성과를 낼 내야 낼 수가 없는 것이다. 정부는 의료계에 대해 협조를 구하려면 최근 불거지고 있는 볼썽사나운 의대정원 증원과 필수의료개선을 연결시키려는 억지 논리부터 포기해야 할 것이다.

보험공단 역시 부당청구의 개념을 먼저 분명히 한 후 정책을 세워야 한다. 보험기준을 잘못 적용한 사례와 입력착오에 의해 발생하는 사례는 허위청구와 구분해야 한다. 공단에서 잡아내야 할 부분은 허위청구 부분이다. 사무장 병원 색출은 전문가 평가단의 도움을 받아 기존 병원에 대한 색출뿐 아니라 처음 허가 단계부터 의사단체가 개입하여 가려내도록 협조를 구해야 한다. 또한 재정안정화를 위해 전산 자동화 작업을 통한 자체 인력 감원 계획부터 내놓아야 한다. 보험공단 스스로 허리를 졸라 멘 후 재정누수를 막는 방법을 주장해야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의료계는 수세적 정책제안에서 벗어나 국민과 의료의 가치 훼손을 막기 위한 공세적 정책 제안이 필요하다. 먼저 자체 자율징계권과 전문직업성 유지를 위한 면허관리 기구 설립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이필수 집행부에서 가장 소리가 작았던 부분이 면허관리제도 개선 요구였다. 이미 5개년 추진안까지 만들어진 상태이지만 집행부가 바뀐 후 정지상태에 머물고 있다. 자율규제 권한을 의사협회가 가지고 있어야 비윤리적인 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시키고, 법과 외부 규정에 의해 간섭당하는 억울한 피해로 부터 회원들을 보호할 수 있다.

개혁은 동반자가 있어야 한다

의료개혁이라는 말이 이제 식상하게만 들리는 시대가 되었다. 그동안 각자가 개혁을 하겠다는 구호로만 그치고 한 걸음도 나가지 못했다. 개혁은 동반자가 있어야 한다. 의료개혁은 의료계와 함께 국민이 동의해 주어야 한다. 시민의식이 높아져야 하고, 개인의 편의와 이기심 보장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생각하고 급한 이웃, 더 아픈 이웃을 배려하는 의식개혁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의료의 본질이 훼손되거나 상업주의로 흐르는 정책이나 강요된 자선이 요구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도 정치권에 휘둘려 정치가 의학을 침범하거나 이용하면 안 된다. 결국 국민의 돈이 낭비되고 불만과 불편만 남게 된다. 동반자가 되기 위해서는 각자가 고통을 감내하는 행동을 취해야 하고, 상호 신뢰를 쌓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서로 신뢰하지 못하는 동반자는 있을 수 없다. 작은 일부터 일관된 진정성을 가지고 서로 신뢰를 쌓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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