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김영주 기자]제약바이오 업계에 또다시 리베이트 이슈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CEO포럼을 개최하며 불공정거래 문제를 공론화 했다. 100여명의 CEO들은 문제에 공감하며 결의문 채택을 통해 자정을 약속했다.

김영주 부국장
김영주 부국장

이번의 리베이트 문제 또한 과거 사례의 판박이다. 대형 오리지널 품목이 특허만료되며 고만고만한 수백 개의 제네릭이 쏟아져 나오고, 시장 선점을 위한 과열경쟁 속에서 ‘쟤 보래요~’ 하는 식의 손가락질이 난무하는 가운데, 소문은 담장을 넘어 사방에 퍼지고, 결국 협회 또는 정부가 나서 잠재우는 식이다.

연간 매출 1000억~1500억원대의 당뇨병 치료제 포시가, 자누비아가 연이어 특허만료되며 사단이 났다. 지난 4월 특허 만료된 포시가 제네릭이 복합제 포함 160여 품목, 오는 9월 특허만료를 앞둔 자누비아 제네릭이 올해 발매된 150여품목 포함 750여 품목 등에 이른다. 한정된 시장에서 고만고만한 제품으로 치열한 경쟁을 뚫으려니 ‘딴 생각’을 하게 되는 원리이다.

이번 리베이트 이슈가 보다 우려되는 대목은 자칫 그동안 산업계가 기울여온 자정노력의 진정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산업계는 늘 리베이트 문제에 시달려왔고, 그만큼 극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장단사 및 이사사를 중심으로 지난 2017년 국제표준의 부패방지경영시스템(ISO37001) 도입, 재인증, 새로이 규범준수경영시스템(ISO37301) 통합 인증에까지 나아가고 있다. 윤리경영의 제도화는 물론 제도 정착을 위한 검증 시스템까지 마련해 놓으며 리베이트 여지를 철저히 봉쇄하겠다는 의지로 여겨졌다. 여기에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꼽히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경영도 그 핵심가치 중 하나가 윤리경영이다. 이처럼 한층 진화된 윤리경영 구조 속에서 여전히 구태의 표본으로 여겨지는 리베이트 이슈의 부각은 보기에도 안쓰럽다.

산업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리베이트 문제는 치명적이다. 윤석열 정부의 산업육성 정책 의지는 명백한 듯 하다. '바이오헬스산업을 제2의 반도체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목표아래 혁신신약 개발을 위한 ‘1조 규모 메가펀드 조성’, ‘국무총리 직속 디지털·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 설치' 등을 약속하는 등 그동안 산업계가 요구해 왔던 대부분을 수용하는 모양새이다. 기술수출 등으로 입증한 미래먹거리 산업으로서의 가능성을 높이 사고,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기댈 곳은 산업계 밖에 없다는 점에 공감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칫 이러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국민의 불신을 사 정부의 지원의지를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는 것이 리베이트 이슈이다. 만일 정책이 비틀리고, 게다가 상당한 리스크를 안고있는 제네릭 일괄약가인하 움직임에 명분까지 제공한다면 어쩔 것인가?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산업계가 위기의식을 깊이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CEO포럼에 참석한 100여명 CEO들은 결의문을 통해 “제약바이오강국 도약을 위해서는 윤리경영에 기반한 대국민 신뢰 확보가 필수적”이라면서 “윤리경영 없이는 기업의 미래도 없다는 각오로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 확립에 앞장설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제약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펜데믹 속에서 산업계가 보건안보의 축으로, 국민과 정부의 신뢰와 성원을 받아온 상황에서 스스로 밥그룻을 차버리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극히 일부의 나만 살면 된다는 극단의 이기주의가 산업계 전체의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 은밀히 이뤄지는 리베이트는 나만 아는 일 같지만 하룻밤이 지나기 전에 산업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게 또 리베이트이다. 더 늦기 전에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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