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문제 관련 진료, 영유아 검진 정밀평가 필요 판정 아동학대 위험 높아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아동학대에 있어 진료정보와 영유아검진자료를 적극 활용해 이를 발굴해야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은 13일 2022년 연구보고서 ‘진료정보기반 아동학대 위험도 자동평가모델 개발방안 연구’를 공개했다.

의료기관은 학대 피해 아동들에게 중요한 보호의 진입점이라는 의미에서 이번 연구는 아동학대 등록정보와 진료 및 검진 자료의 결합·분석을 처음 수행한 의미 있는 연구이다.

정보원 김선월 연구위원은 “데이터는 사회문제의 이해를 돕고 해소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OECD 국가 중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가 가장 높고, 전 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하는 우리나라에서 진료와 검진 정보 등은 아동학대 조기 발견에 가치가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최근 5년간(2017~2021년) 학대 피해 아동 등록정보를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와 결합하여 의료보험 자격, 장애유형, 학대의심 진료여부 등이 아동학대 발생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침을 밝혀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직장피부양자에 속한 아동보다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세대에 속한 아동은 약 2배, 의료급여 세대에 속한 아동은 3배 이상 높았고, 지적·자폐·언어장애가 있는 아동은 장애가 없는 아동보다 학대 위험이 3배 이상 높았다.

최근 6개월 내 스트레스 장애나 소아기 불안장애 진료 경험이 있는 아동은 없는 아동에 비해 학대 위험이 4배 이상, 학대 증후군이나 행동·정서장애 등으로 진료를 받은 아동은 3배 이상 높았다. 스트레스나 불안장애 등 정서적 문제로 진료를 받는 아동들에 대해서는 의료인의 주의 깊은 관찰이 요구된다.

장애아동의 학대 위험은 지적, 자폐성 장애와 같이 자기표현이 어려운 중증 장애에서 높았다. 비 장애아동에 비해 보호 과정에서 많은 신체 접촉과 관찰이 필요한 장애아동은 특성을 고려한 학대 기준과 대응 방안이 필요하겠다.

또한 영유아 검진 종합판정(2020년 기준 최대 7차)에서 정밀평가 필요 판정을 받은 횟수가 1회 증가할수록 학대 위험은 1.4배씩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검진 2차부터 시행하는 발달평가 및 상담의 심화평가 권고 판정은 학대 피해 아동(학대판정군)과 그렇지 않은 아동(대조군) 간에 인지, 언어, 사회성 발달평가 모두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현재는 아동학대 발굴을 위해 영유아 검진 미수검 아동을 관심 대상으로 두고 있지만, 검진의 종합판정이나 발달평가 등의 검진 내용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학대 예측에 활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유아 검진 데이터의 품질 검증이 필요하며, 학대의 가능성을 정량화할 수 있는 평가지표의 개발 등도 요구된다.

한편, 진료정보를 기반으로 아동학대를 사전 발굴하기 위해 머신러닝을 이용한 위험도 평가모델의 적용 가능성도 확인했다.

의료보험 자격유형, 장애유형과 학대의심 진료여부 등을 사용한 분류 모델에서는 실제 아동학대 사례의 60%를 아동학대로 예측하였다. 영유아 검진 정보를 사용한 분류 모델에서는 실제 아동학대 사례의 67%를 아동학대로 예측하는 성능을 확인하였다.

김선월 연구위원은 “사회문제 해결에 다양한 데이터의 활용은 매우 중요하다.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은 이미 다양한 정보를 연계해 위기 아동을 발굴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며 “그러나 위기에 있는 아동들을 더 정확하게 발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자료원의 활용 가치에 관한 사전 연구들이 선행되고 효과가 검증된 정보들이 시스템에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부처 간 데이터 활용 장벽의 해소 방안 마련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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