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만 편집국장
이상만 편집국장

[의학신문·일간보사] 최근들어 전국 요양병원들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누적되어온 경영난으로 집단 폐업 위기에 내몰리면서 요양병원의 생존권 확보를 위해 불합리한 규제에 대한 헌법소원 등 법적 투쟁과 함께 대규모 집회도 계획하는 등 반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대한요양병원협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한해동안 폐업한 요양병원이 50여 곳에 달했고, 올해들어 5월말 기준으로 이미 50곳 가까이 추가로 문을 닫는 등 경영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되는 양상이다.

병원계 내부에서는 요양병원들의 경영 악화 원인으로 일당정액제(RUG)에 기반을 둔 수가정책과 절대평가에 의존하는 요양병원 입원급여 적정성평가, 간병 서비스 질 개선에 걸림돌이 되고 환자 부담이 큰 간병료, 나아가 요양병원의 의무 인증제 등을 꼽는다.

우리나라는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는 만큼 노인인구 증가에 따른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기능과 역할은 막중하다. 정부에서는 그 대책의 일환으로 현재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등의 기능 재편을 비롯해 지역돌봄 시스템을 연계하는 방안을 서두르고 있다.

의료필요도와 요양필요도가 높으면 요양병원으로, 의료필요도가 낮지만 요양필요도가 높으면 장기요양시설로, 의료필요도와 요양필요도 모두 낮으면 지역사회 통합 돌봄과 연계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이러한 정부 주도의 기능 재편 과정에서 가뜩이나 불만으로 가득한 요양병원들의 저항이 만만찮다.

그 원인은 시범사업 준비 과정에서 당사자인 요양병원과의 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가 구상하는 적정한 서비스 연계 기반을 다지면서 사업의 타당성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인의료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요양병원의 참여가 필수적인 만큼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요양병원 간병 서비스 질 향상과 환자 간병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서는 간병 급여화도 필요하다. 정부도 올해 연구용역을 거쳐 내년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어서 다행 이지만 이 역시 재원 문제를 비롯해 인력확보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찮다. 본격적인 논의도 하기전에 정부와 관련 단체들간 얽힌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실현 가능한 대안을 내놓고 한올씩 풀어나가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현행 요양병원 수가제도는 일당정액제(RUG)를 기반하고 하고 있어 과소진료를 유발하고, 요양병원의 경영난의 원인이 되고있다. 요양병원의 의료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기준에 못미치는 기관에는 패널티를 주되 급성기병원에 준하는 행위별수가 방식으로의 수가제도 개선이 전제되어야만 설득력이 있다.

또 하나의 쟁점은 현재의 요양병원 적정성평가가 급성기병원의 절대평가 방식과 달리 상대평가 개념의 평가지표로 인한 형평성의 문제다. 요양병원협회는 헌법소원 등 법적 투쟁을 통해서라도 적정성평가 틀을 바로잡겠다는 강경 입장이다. 격차가 큰 의료서비스 수준의 전반적인 질향상을 도모하겠다는 정부의 의도도 좋지만 동참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절대평가 방식으로의 전환과 질 평가에 따른 인센티브 제공 등 동기부여도 필요하다.

이밖에도 요양병원 임종실 의무 설치 의료법 개정, 요양병원 방문진료 및 호스피스 시범사업 개선 등등을 요구하는 요양병원계의 주장이 모두 타당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차제에 정부와 협회간 전담 창구를 개설해 해법을 강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요양병원들도 현재의 위기상황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의료질 향상을 위한 노력은 물론 사무장 병원 척결과 최근 발생한 간병인의 지저귀 사건 등으로 실추된 대국민 신뢰회복을 위한 자정 노력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총체적 위기에 직면한 요양병원계의 활로 모색을 위해서는 의정간 적극적인 소통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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