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재정위 구성으로 올해도 2차소위서 밴딩폭 미정…가입자-공급자 대면 영향 ‘미지수’
이상일 이사 “올해는 1차 밴딩폭에서 큰 변동 없을 것”

지난 30일 2차 재정소위를 앞두고 열린 ‘공급자-가입자 단체 간담회’ 전경.
지난 30일 2차 재정소위를 앞두고 열린 ‘공급자-가입자 단체 간담회’ 전경.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지난해 지적된 수가협상 문제들을 타개하기 위해 갖가지 노력들이 이뤄졌지만, 올해 협상도 불확실성이 여전해 난항이 예상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6개 의약단체들은 오늘(31일) 14시 ‘2023년도 제3차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3차 재정소위)’ 이후부터 본격적인 수가협상(2024년도 요양급여비용계약 협상)에 들어가게 된다.

건보공단은 지난해 수가협상 후 재정운영위에서 지적된 SGR 모형에 대한 문제점을 수용해 SGR 모형과 더불어 △GDP증가율 모형 △MEI증가율 모형 △GDP-MEI 연계모형 등 5개 모형을 산출한 값을 활용하는 한편, ‘밤샘 협상 타개’와 ‘수용성 강화’를 위해 2차 재정소위 전 공급자-가입자 간 대면 간담회자리를 마련하는 등 변화를 시도했다.

다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안요소가 많아 공급자인 의약단체들에게는 어려운 협상이 예상된다.

가장 큰 요소는 재정위 구성으로 예년 일정보다 두달 가까이 늦게 구성됐으며, 구성 인원 또한 많은 변화를 가진 점이다.

실제로 9명의 재정위 소위원회 위원 중 수가협상에 참여 경험이 있는 위원이 3명이며, 나머지 6명의 위원은 이번 협상이 처음으로 수가 협상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건보공단 이상일 급여상임이사(건보공단 수가협상단장)는 어제(30일) 2차 재정소위 직후 “올해 기존의 SGR 모형과 더불어 5가지 모형을 산출한 값을 오늘 소위원회 위원들에게 제시했다”며 “이를 1차 밴드(추가재정소요 금액)를 정하는데 참고하도록 제시한 것으로, 이에 대한 위원들의 몇가지 질문이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밴드 구성에서 작년엔 1차, 2차, 3차 밴드까지 구성이 이뤄졌는데, 올해 재정위 소위 의견은 협상 불가능한 밴드로 시간만 끌어 의미가 없으니 밤샘 협상을 탈피해보자는 의견이 있었다”며 “다만 언제 시작해도 밤샘 협상이 되지 않겠냐며 회의적 시각도 있었다”고 소위 분위기를 설명했다.

(왼쪽부터)이상일 건보공단 급여이사, 김봉천 의협 부회장, 박영달 약사회 부회장.
(왼쪽부터)이상일 건보공단 급여이사, 김봉천 의협 부회장, 박영달 약사회 부회장.

이러한 일정은 전년(2023년도 수가협상)의 양상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양상을 가져 예측 가능성을 더욱 어렵게 했다.

우선 전년에도 2차 재정소위까지 1차 밴드가 구성되지 못했던 것이 같지만 그 시점은 협상 1주일 전(5월 24일)이었던 반면, 올해는 그 시점이 상당히 늦은 30일이라는 점이 차이가 있다. 다만 1차 밴드가 구성되는 3차 재정소위가 당겨지면서 빨라질 수 있어 협상에서 약간이나마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수용 가능한 수준’이라는 1차 밴드의 결과가 의약단체들이 정말 수용가능할 수 있는 범위일지는 미지수로 남아있다.

특히 이상일 이사는 “작년같은 경우 1~3차 까지 밴드가 갔는데, 올해는 초기 제시한 값에서 크게 변화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차수를 높여도 그렇게까지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2차 재정소위 전 공식적 자리로는 처음 가진 ‘공급자-가입자 대면 간담회’ 역시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으나 양측이 수용할 수 있는 밴드구성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는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한의사협회 김봉천 부회장(의원 수가협상단장)은 “주로 의료체계 개선과 저수가정책, 의료현장에 대한 건의 등 거대담론을 많이 다루는 자리였는데, 모든 것을 논의하기엔 제한된 시간과 장소였다. 소통의 기회가 발전된다면 한국 의료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김 부회장은 “여전히 큰 간극을 느꼈다”며 “(밤샘 협상 탈피하는) 협상은 어렵다. 아무리 늦은 시간이라도 최선을 다해야하는 여건이므로 노력하겠다. 12시를 넘기냐 안 넘기냐보다 회원 권익을 지키기 위함임을 알아달라”고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전했다.

대한약사회 박영달 부회장(약국 수가협상단장)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유형별로 현장의 어려움을 가감없이 전해서 가입자들도 그런 부분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가입자들은 보건의료쪽도 어렵지만, 농민 등 가입자들도 어렵다. 건보재정이 지속가능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런 자리를 만들어 어떻게 하면 상생할 지 의논했고, 분위기는 서로 입장을 이해하는 점에서 긍정적이고 좋았다”고 언급했다.

‘상호 이해’의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었지만, 이는 여전히 양측 입장차이가 명확하다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1차 밴드가 공급자단체들이 얼마나 납득할 수 있느냐도 확답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새롭게 변화된 요소들이 2024년도 수가협상에 ‘득’이 될지, ‘독’이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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