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김영주 기자]상장 제약기업의 올해 1분기 매출대비 연구개발비 투자비율이 마침내 ‘10%대’에 진입했다. 일간보사‧의학신문이 66곳 상장제약을 대상으로 한 집계에서 이들 제약기업들은 올해 1분기 총 5조1820억 매출에 5191억을 연구개발비로 투자,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투자비율 10.02%를 기록했다. 본지는 지난 2002년부터 연구개발비 투자현황을 집계해오고 있는데 분기, 반기, 연간을 통틀어 관련 집계에서 매출대비 연구개발투자율이 10%대를 돌파한 것은 최초 사례이다. 특히 연간집계에서 1분기가 가장 낮게 나온다는 전례로 보면 올해 연말 집계되는 연간 투자율은 안정적인 10%대 진입이 기대된다.

김영주 부국장
김영주 부국장

매출대비 연구개발비 투자비율은 각 기업, 또는 국가의 신약개발 의지 및 역량을 가늠하는 척도가 돼왔다. 투자 절대금액이 다소 미진하더라도 매출대비 투자율이 높으면 그 의지가 높이 평가되기도 했다. 2012년 우리 정부가 혁신형 제약 인증제를 도입할 때 절대금액 못지않게 매출대비 투자율을 주요 선정기준으로 삼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리고 ‘매출대비 투자율 10%’는 그동안 국내 산업계에서 연구개발선진국 진입을 위한 첫 관문쯤으로 여겨져 왔다. 이 정도는 돼야 신약개발을 논할 수 있는 국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의 연구개발 투자 역사는 일천하다. 본격 투자는 그래봤자 20여년 정도이다. 본지의 연구개발비 투자 현황 집계는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됐다. 그 해 매출대비 연구개발투자율은 3%대에 불과했다. 이듬해 4%대, 2005년 5%대, 2007년 6%대, 2010년 7%대, 2011년 8%대로 상승세를 보여왔다. 2013~2014년 기등재의약품 일괄약가인하 여파로 7%대로 뒷걸음쳤으나 2015년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대박이 연구개발 투자 붐으로 이어지며 8%대 재진입에 성공했고, 2020년대 들어 9%대에서 안착하더니 마침내 올해 1분기 최초의 10%대 진입이 이뤄지며 매출대비 투자율 10%대 시대가 열린 것이다.

매출대비 투자율 10%대 진입이 가지는 진정한 의미는 이제 본격적인 연구개발 시대의 개막이라는 데에 있다는 생각이다. 특히 기대가 모아지는 것은 연구개발 투자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토종 신약(개량신약 및 복합신약 포함)의 선전이다. 주요 토종 신약들은 연간 1000억이상 판매의 초거대제품으로 성장하며 각 제약의 간판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 자체 개발 제품 없이는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투자를 늘려 우수 신약을 개발하고, 시장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재투자하는 연구개발 투자의 선순환 구조의 틀이 잡혔다고 보는 것이다.

국내 제약기업들의 연구개발 투자의지 또한 의심할 바 없다. 남아서가 아니라 허리띠를 조여 가며 미래를 위한 투자에 망설임이 없다. 실제 본지가 2022년 기준 10대 제약의 10년 전과 비교한 투자현황을 살핀 결과 매출은 79% 늘어난 반면 연구개발투자는 142%상승했다. 매출대비 투자율도 2012년 8.04%에서 지난해 10.84%로 2.8%P 올랐다. 매출상승분을 상회하는 투자가 이뤄졌고, 연구개발 투자 우선 경영이 펼쳐졌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짧은 기간 동안 열정적으로 투자를 늘려왔고, 성공적 신약개발 및 시장에서의 실질적 성과를 통해 재투자 여력을 키워왔다. 과거 20년이 그랬듯 연구개발 투자에 진심을 다하다 보면 글로벌 제약과의 거리는 훨씬 좁혀질 것이다. 이번 매출대비 연구개발비 10%대 진입이 빅 파마에 대한 본격 추적의 출발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