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단체장들, 2024년도 '수가협상 상견례'서 고충 토로

2024년도 수가협상 의약단체장 합동간담회 기념촬영 사진.
2024년도 수가협상 의약단체장 합동간담회 기념촬영 사진.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코로나 엔데믹화(풍토병화), 위기단계 해제 등 감염병위기는 지나고 있지만 의료계는 코로나 피해회복에 더해 현장 어려움이 그대로 남아 어느 때보다 어려운 협상이 예상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6개 보건의료단체장은 11일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2024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수가협상) 관련 의약단체장 간담회’를 갖고 협상에 임하는 공단과 각 단체의 입장을 확인했다.

간담회에는 건보공단 헌재룡 이사장 직무대행(기획상임이사)과 이상일 급여상임이사가 참석한 가운데, 윤동섭 대한병원협회 회장, 김봉천 대한의사협회 대외협력 부회장, 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 회장, 박태근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 최광훈 대한약사회 회장, 이순옥 대한조산사협회 회장이 참석했다.

(왼쪽부터)현재룡 건보공단 이사장 직무대행, 윤동섭 병협 회장, 김봉천 의협 부회장.
(왼쪽부터)현재룡 건보공단 이사장 직무대행, 윤동섭 병협 회장, 김봉천 의협 부회장.

건보공단 현재룡 직무대행은 “3년간 지속되던 코로나19 비상사태를 풀고 일상회복으로의 체제 전환이 이뤄지는 상황”이라며 “정부에서도 책임있는 방역조치와 국민들도 자발적 마스크 착용, 백신접종 등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였고 의료계의 노고와 도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수가협상에 대한 개선 요구사항이 많았는데, 보건사회연구원의 객관적 연구를 근거로 개선하는 방안이 나왔으며 제도발전 협의체와 가입자단체 간 논의를 거쳐 올해 수가협상에 활용할 것”이라며 “수가 조정모형을 다양화해 SGR에 더한 GDP 모형 4가지(SGR개선모형, GDP증가율 모형, MEI증가율 모형, GDP-MEI 연계모형)를 수가밴드를 재정소위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현 직무대행은 또한 “31일 밤샘협상을 피하기 위해 올해 재정소위 시간을 당겨 밤샘협상을 탈피하고 그간 제기된 공급자간 소통을 원활히 하겠다”며 “재정위 구성은 오늘내일로 완료되고, 빠른 시일 내 공단과의 소통일정을 잡겠다”고 강조했다.

병협 윤동섭 회장은 “최근 WHO가 코로나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해제를 발표했는데, 병원계는 감염병 위기상황에서 얻은 방역경험을 바탕으로 일상 의료체계로의 전환과 병원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그러나 안타깝게도 병원은 여전히 의료수입만으로 운영이 어려운 가운데 지난해부터 물가급등과 경기침체라는 또다른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윤 회장은 “여기에 정부는 필수의료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여러 정책을 고심하고 있고 병원계에 많은 정책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 이미 코로나에 많은 자원을 투입학 노력을 기울인 병원계는 다시 한 번 운영상 어려움을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윤동섭 회장은 “보험자인 공단이 모든 국민의 의료공백이 없도록 의료이용의 다양한 접근성을 확보하고, 국가 차원의 보건수준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의료공급자 참여와 긍정적 역할을 필요로 한다”며 “전향적 협력과 지원을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의협 김봉천 부회장은 “이필수 회장은 단식의 여파로 회복을 하지 못해 참석하지 못해 송구하다. 양해를 부탁드린다”며 “2024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관련 합동간담회는 의협 내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많은 고민 속에 나왔다”고 토로했다.

김 부회장은 “지난 2년 의협으로부터 수가협상을 위임받은 대개협(대한개원의협의회)가 권한을 반납했고 협회도 4월 보도자료로 수가협상 거부 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75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는 협상 5% 이상을 얻어오라는 주문이 있었다”며 “회원들의 요구는 그동안 협상이 순탄치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정부는 필수의료 강화와 응급의료 등 국가책임 필수적인 대책이 연이어 발표됐지만, 의료현장은 녹록치 않다”며 “협상은 통보가 아니라 진정한 협상이어야 한다. 마지막 협상단장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상호이해를 바탕으로 최선의 협상결과를 도출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왼쪽부터)박태근 치협 회장, 최광훈 약사회 회장, 홍주의 한의협 회장
(왼쪽부터)박태근 치협 회장, 최광훈 약사회 회장, 홍주의 한의협 회장

치협 박태근 회장은 “33대 협회장으로 의료현장에서 만난 회원들의 요구는 참혹했다. 무한경쟁의 수가시장이었다”며 “신규치과 개원의는 인건비 관리비 환자 요구 상승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땅히 수가에 반영돼야 한다. 일한 만큼 가치를 인정해달라”고 요구했다.

더불어 “적어도 3~5년 후에는 의료인 희생을 보험의 명맥을 잊지말고 대접받으며 진료하는 환경을 만들어달라. 이런 고민을 바탕으로 임하는 협상이 보험제도의 발전으로 이어지길 빈다”고 말했다.

약사회 최광훈 회장은 “약국의 경우 2022년도 확진자 폭증으로 조제건수가 크게 증가해 2021년 대비 행위료가 증가했는데, 아이러니하게 코로나 상황에서의 확진자 조제투약 서비스 제공 헌신이 이번 협상에서 걸림돌이 될까 매우 우려스럽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이용자 수가 점점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고는 있지만,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도의 행위료 감소폭이 워낙 심했기 때문에, 그때의 어려움으로 인한 영향이 사실상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며 “2022년 약국 조제건수 증가는 단발적인 현상으로 코로나 확진자 영향이 빠진 올해는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행위료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에 “이번 협상에서는 전년대비 진료비가 얼마나 늘었는지에만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지난 3년간의 코로나 19라는 특수성과 장기적인 상황을 고려해 현재 여러 현안으로 어려운 보건의료계에 합리적이고 적정한 수가인상을 통해 일말의 희망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뜻을 전했다.

한의협 홍주의 회장은 “건강보험 진료율은 2014년 4.2%에서 3.1%까지 하락했다. 한의계의 현실적 어려움을 알고 헤아려달라”며 “국민을 위해 봉사할 기회를 달라. 새로운 모형 적용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급여 확대를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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