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만 편집국장
이상만 편집국장

[의학신문·일간보사=이상만 기자] 코로나19의 엔데믹화에 따른 일상생활이 순차적으로 정상화 되면서 국민들의 삶이 활기를 되찾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엔 엠폭스(MPOX·원숭이두창)의 지역사회 확산으로 인해 또다시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

엠폭스의 경우 극도의 공포와 일상생활의 통제 등 사회적인 혼란을 초래했던 2003년 사스나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그리고 최근의 코로나19 등에 이르기까지 역대급 감염병에 비해 전파력과 치사율이 낮고 백신과 치료제 등이 갖춰져 있다는 점에서 질환에 대한 관심과 경계심마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엠폭스는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제2급 법정 감염병이다. 지역 토착화가 될 경우 그로인한 국민 건강은 물론 사회 경제적 측면에서의 폐해는 만만찮다. 또한 최근의 발생 양상을 보면 기존 풍토병으로 유행하던 엠폭스와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고, 유럽, 북미 등에 이어 아시아 지역 등 전 세계적으로 확산 양산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특히 우리와 비슷한 지역에 위치하고 교류가 빈번한 일본의 경우도 지난해 7월 첫 감염자가 발생한 이후 지난해까지 8명에 그쳤지만, 올해들어 100명을 돌파하는 등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나라 역시 엠폭스에 대한 더 이상의 안전지대는 아니다. 최근들어 40여명의 확진자중 해외 여행력이 없는 사람에게서 감염이 확진되는 사례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등 지역 전파로의 확산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엠폭스는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감염원을 찾는 게 힘들다는 점이다. 엠폭스 전파 사례 대부분은 동성 남성 간 성적 접촉 과정에서의 성 접촉, 피부병변 접촉 등이 차지하고 있다. 질병 자체의 위험성뿐만 아니라 감염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차별 등으로 인해 질병 대응력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고, 지역 감염이 반복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사회에서 환자 전파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으며 소수로 지속해서 발생하면서 토착화되는 것이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가장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내 지역사회에서 엠폭스 확산과 관련해 초기 역학조사와 조기 진단 역량을 발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방역당국도 심각성을 인식해 엠폭스의 위기경보수준을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강화하고 엠폭스의 추가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심환자 조기 발견과 신속 진단, 예방수칙 제작·배포 등 전파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역사회 내 코로나19, 폴리오, 장티푸스 등의 감염병 발생을 선제 감시·하기 위해 전국 하수처리장에서의 감염성 병원체 감시 대상에 엠폭스을 포함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도 지역 확산 차단 차원서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엠폭스의 발병 양상과 지역 확산 경로를 보면 방역당국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역사회 내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의료진들의 철저한 환자 감시는 물론 국민 스스로가 증상이 의심되면 관할 보건소에 자발적으로 신고하는 등 경각심을 갖고 정부 방역정책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

방역당국에서도 엠폭스의 변이에 대비하기 위한 지속적인 병원체 확보와 유전체적 정보 확보분석 등을 통한 대책 마련에 역량을 강화하고, 나아가 토착화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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