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안병정 기자] 우려했던 간호법이 의료인면허취소법(의료법개정법률안)과 함께 지난 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어느 정도 예견했던 일이지만 법안 저지에 나섰던 의협 등 보건의료연대는 망연자실하는 분위기다.

반대단체 지도자들은 법안 처리에 반발하여 즉각 단식에 들어가는가 하면 총파업 카드까지 꺼내들며 투쟁의 강도를 높이는 태세다. 국회에서의 법안 처리가 사태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예고하는 것 같아 걱정이다.

결과론이지만 오랜 입법 논의 과정이 있었음에도 정부와 정치권이 찬반 양측의 대립과 갈등을 적절히 중재하지 못해 사태를 계속 파국으로 몰아넣은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입법독주를 했다고는 하지만 간호법에 관한 한 애초에 정부여당이 이 법률안의 함의나 파장을 간과하여 대처에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솔직히 정부와 여당은 야당에 의해 법률안이 본회의에 패스트트랙으로 상정된 이후,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막판에 와서야 중재안을 급조하는 등의 법석을 떨었다. 전체적인 대응과정이 정상적이라거나 전략적이라고 보기 힘든 측면이 많다.

급기야 국민의 힘은 야당 주도로 법안이 통과되고 난 뒤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 국민의 힘 원내대표는 간호법이야말로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들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여당이 그 같은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면 '사후약방문'이 될 지언정 가능한 수단을 동원하여 문제를 봉합하는 정치력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보건복지부도 야당 주도로 간호법이 처리된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리고는 보건의료 직역 간의 갈등과 의료현장의 혼란을 우려하며, 그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가 진정 간호법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종국에 이 법안이 공포되고 시행에 들어간다 해도 그동안 반대쪽에서 제기하고 우려하는 문제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위 법령의 설계나 관련 법률안의 정비 등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데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

그러나 당장 중요한 것은 의료현장이다. 간호법을 두고 찬반 양측이 계속 격한 대립을 어어 간다면 간호법 실현 여부와 무관하게 의사와 간호사,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들이 남남처럼 관계가 서먹하게 고착화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알다시피 의사와 간호사는 진료현장에서 '바늘과 실' 같은 불가분의 관계다. 누구보다 협력적이어야 하는데 이토록 반목한다면 나중에 진료실에서 어떤 모습으로 마주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동안 간호협회와 의협 등 보건의료연대는 입법추진 과정에서 나름의 주의나 주장을 충분히 폈다고 본다. 다소간의 불만족이 있더라도 직능간의 쟁점 등에 대한 걸림돌의 해소는 이제 정부와 정치권에 맡기고, 제자리로 돌아왔으면 한다. 그리고 같은 의료인으로서 서로 협력적 가치를 높일 방안들을 고민했으면 한다. 그 길이 '-윈' 하는 길이라고 본다.

이런 국면이 조성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의 노력이 중요하다.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책으로 의료체계의 흔들림이 없이, 직능이나 업권침해 논란 또한 생기지 않도록 하는 범위에서 간호계의 여망을 제도권이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이 만들어 지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다시 한 번 머리를 맞댈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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