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이정윤 기자] 소아와 청소년을 주로 진료하는 동네 소아청소년과(소청과)가 고통 속에 신음하다 결국 숨을 헐떡이고 있다.

가빠 오는 숨이 힘들어 결국 안락사를 택했다.

소청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지난 달 말 소청과 폐과를 선언하고 국민들과 작별을 고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이정윤 편집부국장
이정윤 편집부국장

동네 소청과 의원들이 모두 문을 닫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도대체 소청과가 어떤 곤경에 빠져 폐과를 고민하는 일까지 이르렀는지는 우리 사회에 화두를 던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소청과의 가장 큰 고민은 의원을 운영할 수 없을 정도로 수입이 적다는 점이다. 물가와 최저임금은 날개를 달았는데 지난 10년간 소청과 의사들의 수입은 28%가 줄었다고 소청과의사회는 주장한다.

여러 원인 중 소청과를 지탱해온 예방접종이 저가(低價)에 100% 국가사업으로 편입된데다 국가예방접종 시행비가 14년째 동결되거나 100원 단위로 올라 ‘언 발에 오줌 누기’에 그쳤다.

소청과의 유일한 비급여였던 예방접종이 아예 없어진데다 국가필수예방접종에 마지막으로 편입된 로타바이러스장염 백신은 편입 전에 받던 가격의 40%만 받도록 강제해 소청과의 경제적 고통을 가중시켰다. 그 결과로 지난 5년간 폐업한 소청과 의원이 662곳에 달한다고 한다.

이래도 버틸 수 있는가? 이래도 버티겠는가? 하는 환청이 소청과 원장들에게 들려온다는 전언이다.

진료비 문제 뿐만 아니라 소아 진료는 참 힘들다. 아픈 상태를 알기 어렵고 울고 보채고 난동(?)도 부린다. 어른 환자에 비해 진료 강도가 높다.

정부 대책은 소청과의 화를 더 돋군다. 현실을 몰라도 한참 모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소아의 입원진료에 대한 보상 강화 차원에서 병·의원급 신생아실 입원 수가를 개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현재 만 8세 미만 대상 30%의 소아 입원료 연령 가산하고 만 1세 미만에 대해서는 50%로 확대한다는 것. 더불어 입원전담전문의가 소아를 진료할 경우 소아 연령 가산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소청과는 소아암 지방거점병원을 육성한다지만 소아암 세부 전공 소청과 전문의의 대가 이미 끊긴 상황이고 소청과 전공의 하겠다는 인턴의사가 없는데 세부전문의가 있을 리가 없다며 탁상공론이라고 지적한다.

달빛어린이병원 확충에 대해서도 재탕삼탕이라고 불만이다. 서울에서 조차 제대로 된 달빛 병원은 연세곰돌이소청과 하나뿐일 정도로 이미 6년간 시행해서 실패한 정책의 재탕에 확대 재생산된 정책이라는 것이다.

심층교육상담 시범사업도 개인정보동의서를 부모로부터 받아야 한다든지, 심평원 서버에 상담 내용을 저장해야 한다든지 사업의 본질과 관련없는 수 많은 행정적인 요구를 일선 소청과와 부모들에게 요구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적용될수 없다고 반발한다.

소아입원진료 가산 확대도 저출산으로 1세미만 자체 인구가 적어서 이걸 적정보상이라고 하기도 어렵다는게 소청과 입장이다.

이번 소청과 폐과 선언은 오래 묵은 현장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출산율이 줄어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청과는 그나마 미래세대의 건강을 책임지는 전문과목이다. 소청과를 살리는 일은 미래세대를 살리는 일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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