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분야 주요 이슈와 정책과제

홍석경 대한중환자의학회 기획이사
홍석경 대한중환자의학회 기획이사

[의학신문·일간보사]

세계보건기구(WHO)가 2019년 12월 31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을 중심으로 원인미상의 폐렴 발생을 보고한 이후 2020년 1월 20일 국내에서 첫 환자 발생, 몇 차례의 대유행을 거쳐 3년의 긴터널에서 이제는 그 끝을 내다보고 있다. 유례없는 신종전염병 코로나19 대유행은 의료는 물론이거니와 사회〮경제적 피해를 불러왔다.

OECD(경제개발협력기구)는 코로나19 대응에 가장 성공한 국가군 A군에 한국을 포함하였다. 이는 정부의 적극적 방역, 신속한 진단, 성숙한 시민의식 등에 기인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대유행을 겪을 때마다 중환자병상 부족, 중환자 전문의료진 수급 부족 등은 사회문제가 되면서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주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초기 방역은 성공적이었으나 중환자가 대량 발생하는 몇 번의 대유행 고비에는 그들을 감당할 중환자치료 역량은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다.

연세의대 김영삼 연구팀은 ‘국내 코로나19 대유행에 대한 치료결과’ 연구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이 심각했던 2020년. 코로나18 감염환자뿐 아니라, 비코로나19 중환자 또한 예년의 사망률에 비해 초과사망률이 월등히 높았다고 보고하였는데, 코로나19 대유행을 함께 겪었던 해외 각국과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사망률이 월등히 높은 수치이다.

당시 정부는 코로나19 환자의 의료역량 확충에 집중하다 보니 한정된 중환자병상과 인력으로 비코로나19환자의 병상배정이 축소 운영되는 것은 불가피하였다. 결국 연구결과에서도 코로나19 중환자뿐만 아니라 비코로나19 중환자의 중환자의료체계 또한 붕괴되었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굳이 연구로 보여주지 않아도 현장에서는 많은 중환자 병상이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으로 전환되며 비코로나 환자의 진료접근성이 떨어지고, 수술 후 중환자치료가 필요한 많은 고위험수술이 병상부족으로 취소되는 사례들도 발생하였다.

국내중환자의료체계의 문제점

국내의 공공의료이자 필수의료 영역인 중환자의학은 암이나 이식 등 국내 다른 우수한 의료 분야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매우 열악하며, 더군다나 의료기관별, 지역별 양적 질적 불균형은 매우 심각한 상태이다.

중환자실은 위중증환자를 치료하는 곳으로, 고도의 모니터링 장치, 최첨단 의료장비(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에크모) 및 고위험약물을 다루어야 하므로 고도의 전문 지식과 기술을 갖춘 경험있는 중환자 전문의료진과 시설 및 특수의료장비는 필수적이며, 특히 전문의료진 양성은 수년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행위 위주의 수가체계가 주를 이루는 국내 보험제도 하에서 필수의료영역인 중환자의료의 질을 결정하는 인력·시설·장비, 즉, 의료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중환자의료를 필수의료로서 바라보는 인식이 떨어지면서 학회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뒷전으로 밀려났던 것이 현실이다.

중환자의료체계개선방안 제언

◇전문인력= 중환자실 의료인력은 시설, 장비보다도 중환자 의료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특히 중환자실의 치료를 전담하는 전담전문의의 존재여부는 치료의 질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이다. 중환자 전담의사의 경우 일반적으로 1명의 중환자실 전담전문의가 6명을 진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알려져 있으나, 국내 현실은 중환자전담의에 대해 제도적으로도 수가로도 보존되지 않는 상황으로, 2019년 3차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결과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조차도 22%는 중환자실 전담전문의가 없는 상황이다.

중환자전담간호사의 경우에도 중증도 증가로 인한 과중한 업무부하로 전문인력 부족은 물론, 이직률이 높아 의료의 질은 저하되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중환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따라서 △의료법을 개정하여중환자실 내 전담전문의 배치를 필수로 한다. △중환자실전담전문의 수가를 현실화하여야 한다. △중환자실 간호관리료 차등제를 개선하고 상향조정해야 한다.

◇중환자실 시설·장비 강화= 국내 중환자실은 대부분 개방형 다인실 구조로서 적은 인력이 많은 환자를 돌보는 후진국형 의료 모델로 환자인권이나 사생활에 대한 보호도 전무한 실정이다. 또한 국내기준은 선진국에 비교하여 침상 간의 간격이 좁고, 개방형 구조로서 항생제 내성으로 생기는 ‘다제내성균’의 원내전파도 쉽게 일어날 수 있는 구조이다. 선진국형 병실구조 변경과 함께 1인실 병상을 볼 수 있는 의료인력 확충을 통해 중환자 의료의 질을 높이고, 감염병 유행 시 격리병상으로 전환하여 재난 시 병상확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중환자실을 등급화하고 시설·장비기준을 강화한다.

필수의료 영역인 중환자의료체계는 중요성은 이번 코로나19대유행을 겪으며, 의료계, 사회, 정부에서도 필요성을 절감하였다. 행위별수가 체계에서 벗어나 이제는 중환자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고 확충하는데 집중하여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선진국 형 중환자의료체계구축을 통해 중환자의료체계를 정상화하고, 신종감염병으로 인해 위중증 환자 폭증 시 대처할 수 있는 여력을 마련하여 사회 혼란을 최소화하고 국민건강권을 지킬 수 있도록 대비하여야 한다.

- 홍석경 대한중환자의학회 기획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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