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분야 주요 이슈와 정책과제

정성관 <br>우리아이들의료재단 이사장
정성관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이사장

[의학신문·일간보사]

“소아는 작은 어른이 아니다”라는 말은 소아과학의 교과서에 나오는 대표적인 문구로, 소아는 어른들과 동일시하여 진찰·진단 및 치료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우리나라는 때 아닌 ‘필수의료’에 대한 논의가 한창 이루어지고 있고, 필수의료 중에서는 진료과목 뿐만 아니라 ‘응급’과 ‘중증’ 의료까지 같이 포함하여 이야기 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러 언론 등을 통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급감하고, 보호자들이 아이의 진료를 받기 위해 먼 곳까지 가야하며,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소아과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진료를 받기 힘든 경우 뿐 아니라, 심지어 새벽에 병원 문이 열리기 전에 일찍 기다리는 “오픈런” 사태까지 조명되자 소아청소년 응급의료체계에 대해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사실 임상적으로 소아는 어떤 때가 경증이고, 어떤 때가 응급 상황인지 성인에 비해 훨씬 알기가 어렵다. 성인은 혈압이 높다든가, 피검사 수치가 이상하다든가 또는 증상을 명확하게 이야기함으로써 의료진이 빠른 판단을 내릴 수 있지만, 소아는 그렇지 않다. 단순히 울기만 하는 아이가 평범한 일상의 잠투정일 수도 있으나, 응급을 다투는 장중첩증일 수 있고, 단순한 감기로 열이 나서 해열제를 먹던 아이가 갑자기 열성경련을 하여 응급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그래서 야간에 열이 나거나 아이들이 아파하면 부모들이 어쩔 줄 몰라 하며 마음이 급해지고 응급실을 많이 찾게 되는 이유가 된다고 생각한다.

소아의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1차 의료기관인 의원급에서는 주간진료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2차 병원급의 경우는 야간 진료나 주말, 휴일 진료까지 하여 아이들에 대한 검사나 처치, 입원 등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그 외 아이가 호흡이 불규칙하거나 의식저하 등의 응급상황에는 3차병원의 응급실에서 즉각적인 처리를 하게 된다. 그만큼 1차 의원급과 2차 병원급에서는 환아들에 대해 응급실이 아닌 진료실에서 실질적인 경중을 확인하는 트리아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응급으로 진행될 수도 있는 아이들을 진단하고 치료하거나 상급 의료기관으로 전원·이송함으로써 아이가 응급상태에 빠지지 않게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역할이다. 가령 야간에 구토로 인해 탈수가 심하게 온 아이를 2차병원에서 입원하여 수액치료를 하는 것으로 사실상 3차병원 응급실에서 처치받을 상황을 막아주는 것이다.

즉, 소아의 응급의료체계는 소아환자의 특수성에 따른 기존의 의료전달체계와도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다. 1차 의료기관에서 환자 진찰과 소아과 검진 등을 통하여 먼저 경증인지 아닌지를 분류하는 과정도 중요하고, 2차 의료기관에서 아이들이 급하게 중환자실 치료를 받을 정도가 아니라면 어지간한 처치와 입원 치료 등을 통해 해결을 할 수 있다. 2차 의료기관에서 치료나 입원을 할 수 없는 중증환자의 경우 대학병원 외래를 통해 좀 더 전문적인 검사를 통하거나 응급상황인 경우 응급실 진료를 받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대학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 의료진이 부족하면 응급처치는 가능하지만 그 다음의 전문 치료로 연계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

대다수의 성인 진료체계에는 없는 야간과 휴일 진료라는 취약시간대 진료가 소아의 진료체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특수한 상황이다. 만약 성인들을 위한 취약시간대 진료가 접근성이 쉬웠다면 대학병원 응급실에 지금만큼 성인들이 가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야간 및 휴일에 진료를 하는 의료기관이 있음으로 3차병원의 부하가 많이 줄고 의료시스템 내에서 정상적인 작동을 하게 하는 것이다.

일례로, 우리병원의 경우 평일 야간 및 주말뿐 아니라 설과 추석과 같은 명절에도 정상적인 진료가 이루어지고 당직의가 상주하여 입원환자를 돌보고 있는데, 우리병원의 진료 여부와 진료시간이 근처 대학병원 소아응급실 근무의사의 최대 관심사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근처에 위치한 대학병원들의 경우 우리병원이 생기기 전에 비해 지금은 응급환자가 30% 넘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비단 우리병원 뿐 아니라, 전국의 야간 및 휴일에 진료하는 소아청소년과 병의원들이 이러한 응급의료체계에 기여하는 부분이 크리라고 생각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아픈아이들이 제대로 치료를 못받게 하는 일이 없게 전폭적인 지원을 소아청소년과 의료진들에게 약속을 하셨다. 중증과 응급 치료를 잘 받게 하는 것이 물론,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한정된 의료진이 중증과 응급 진료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미리부터 야간이며 휴일이며 할 것 없이 진료를 보고 트리아제를 하며 응급상황에 빠지지 않게 처치를 잘하고 있는 의료기관들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지원책도 현실적으로 이루어지기 힘들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지원책은 의사 뿐 아니라 간호사, 그 외 의료진들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책이다. 야간 진료를 하는 환자수에 대한 지원책도 필요하지만, 환자가 적게 온다고 의료진을 배치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야간진료에 몇 명이 오든 각 의료기관에 대기를 하고 있는 의료진의 인건비 및 당직비 지원책 등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워라벨을 강조하는 시대에 의료진만이 가정에 소홀해야만 하는 근무조건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전폭적인 지원책이 마련됨으로써 취약시간대 진료를 포함한 의료전달체계는 잘 구축될 수 있을 것이고, 이와 뗄 수 없는 소아의 응급의료체계는 1차부터 3차까지 본연의 업무에 맞는 역할을 하는 시스템 안에서만 잘 안착될 수 있을 것이다.

- 정성관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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