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계가 간호법안과 의사면허취소법안의 본회의 직회부(패스트트랙)로 난리다.

두 법안이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됨에 따라 여야가 오는 9일까지 합의하지 못하면 두 법안은 이후 열리는 첫 본회의에서 무기명투표에 부쳐진다.

다수당인 민주당이 두 법안의 패스트트랙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합의 등 특별한 변화가 없는한 통과가 유력해 보인다.

  이정윤 편집부국장
이정윤 편집부국장

대통령의 거부권이라는 또 다른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간호계라는 거대 직능단체와 척을 질수 있고 거부권 행사 자체가 야당과 협치를 포기하는 정치행위여서 거부권 행사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두 법안이 몰고 온 쟁점은 세 가지로 축약된다.

간호법안에 ‘간호사 업무범위에 지역사회 추가’ 규정과 ’간호조무사는 간호사를 보조한다‘는 규정이 그것이다.

또 의사면허취소법안의 경우 진료와 무관한 범죄에 대해 의사면허를 박탈하는 규정이 해당된다.

의사들은 간호법안의 두 조항이 의료계의 지형을 뒤흔든다고 우려한다.

간호사의 업무에 ’지역사회‘가 추가되면 의사의 지도감독없이 ‘단독 의료행위’가 가능해진다고 격하게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간호조무사의 간호사 보조 규정도 자칫하면 동네의원에서 간호조무사 고용을 가로막는 악법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의사들은 걱정한다.

간호사들이 간호법의 업무범위가 기존 의료법과 동일하고 간호조무사 업무도 간호사 지도하의 보조업무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법 조항의 해석에 따라 달라질 여지가 없지 않아 의사-간호사, 간호사-간호조무사간의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의사면허취소법안도 의사에게 상당한 불안감을 주고 있다.

의료행위로 인한 면허 취소가 아니라 교통사고 등 의료와 관련 없는 금고이상 범죄에 대해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와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것.

의사들은 도대체 교통사고 중범죄와 의료행위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반문하고 한마디로 과잉입법이라고 주장한다.

의사들의 주장이 일리도 있지만 직능간에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정치의 기능 가운데 하나는 갈등의 해결이다. 사회 곳곳에 얽히고 설킨 갈등과 반목을 법이라는 수단으로 통해 해결하거나 완화하는 것이 정치다.

그런데 정치권이 직능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으니 정치가 실종된 셈이다.

의사들의 중앙단체인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사안을 중대사안으로 여겨 집행부 기능을 사실상 정지시키고 간호법안과 의사면허취소법안의 저지를 목적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강경 대응을 시작했다.

어쩌면 진료거부 사태까지 갈지도 모른다. 정치권이 저지른 정치가 국민 불안이나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도 상임위 법안 심사과정에 직능간 갈등이 있는 한 법안 통과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두 법안은 본회의에 상정된 상황이지만 아직은 시간이 있다. 정치권은 직능간 해결책이 나올때가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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