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주 국시원장, 2024년 12종 CBT 위한 인프라 강화 · 응시수수료 적정화 등 과제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새로운 원장을 맞은 국시원이 보건의료직 CBT 적용을 확대하는 한편, 안정적 시험 환경을 위한 인프라 강화를 추진한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 배현주 원장<사진>은 최근 본지와 만나 원장 취임 소회와 국시원 운영방향에 대한 계획을 이같이 밝혔다.

배현주 신임 원장은 단국대학교와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근무했으며, 2017년 보건복지부 항생제분과위원회 위원장,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재난대응분야 전문위원, 2021년 서울특별시 코로나 대응 자문위원 등을 역임한 보건의료분야 전문가이다.

배 원장은 “30여년간 단국대와 한양대 의대에서 학생들을 교육하며 살아왔는데, 국시원이 의사를 목적으로 한 학생들을 관리하는데 중요한 기관이라고 생각해 개인적으로 감회가 새롭고, 각오를 다지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감염내과로서 이번 코로나 팬데믹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여러가지 역할을 해왔지만, 의대에 몸담은 교수로 국시원에 대해서도 많은 참여를 해왔다”면서 “국시와 전문의시험에서 시험문제 관리와 질 향상을 위해 의견교류를 계속해 오다가 국시원에 지원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배현주 원장은 국시원을 새롭게 이끌면서 보건의료인 국가시험 선진화를 위한 컴퓨터시험(Computer Based Test, CBT)의 단계적 확대와 이를 위한 안정적 시험센터 구축, 응시수수료 적정화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재 국시원은 안정적인 시험 환경을 위해 CBT 시험센터에서 수용 가능한 시험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있으며, 2단계로 응시자 수 2000명 이내의 시험을 우선적으로 CBT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70여년 만에 CBT로 전환된 의사 국시를 시작으로, 올해 1월 치과의사와 한의사 국시를 CBT로 전환했고, 특히 2월부터 요양보호사 자격시험을 상시 CBT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다. 이를 포함해 2024년까지 총 12종(전체 26종)의 국시를 CBT로 전환해 시행하게 된다.

배 원장은 “CBT는 단순히 집필시험에서 컴퓨터 시험으로 형식만 바뀌는 것이 아니다. 멀티미디어나 그림, 소리 등 시험문제로 환자와 직접 마주치는 여러 직종에게 현장과 유사하게 만드는 장점이 있어 전 직종으로 확대되는 것이 필요하다”며 “실제 의사 시험도 집필시험으로 잡을 수 없는 환경을 접하고 있어 멀티미디어 문항을 확대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안정적인 CBT 시행을 위해서는 시험센터 증설이 수반돼야 한다고 짚었다. 현재 전국 9개 시도에 CBT 전용 시험센터를 구축해 총 1550석을 마련했는데, 시행직종 확대를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센터 증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배 원장은 “전국 9개 센터 중 인구밀도가 높은 수도권에 CBT센터에 과도히 몰리는 경향이 있고, 부산경남에 센터가 1개인데 창원 등 수요가 많다. 이에 수도권 2개소(각 100석), 경남 1개소(100석)를 늘릴 계획”이라며 “증설을 위해 가장 중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노력해 가능한 빠른 시일 내 CBT 센터를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응시자가 많은 직종을 위한 기간제 시험 적용에 대한 준비도 국시원의 주요 과제이다.

일례로 간호사는 3만명에 달하는 대규모 응시자가 있어 현재 센터만으로는 수용이 불가능한데, 이를 위한 기간제시험으로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기간제 시험은 특정기간 동안 다수 출제문항 세트를 구성해 일자별로 시험 문제를 다르게 출제·운영하는 방식으로, 난이도 동등화를 위한 합리적 합격선 설정 방법이 적용돼야 한다.

배 원장은 “요양보호사의 경우 연간 수십만 명의 응시자를 대상으로 연중 상시시험을 도입하게 됐는데(2월 14일~), 데이터가 축적되면 분석을 통해 대규모 시험에 대한 기간제 시험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고, 시험 난이도를 고려해 간호조무사, 간호사 등까지 이를 확대한다는 장기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국고 지원을 통한 응시수수료 적정화도 중요한 과제중 하나이다.

국회 및 응시자의 지속적인 응시수수료 인하 요구로 최근 7년간 응시수수료 동결과 일부직종 인하가 이뤄졌으나, 국시원은 국고보조비율이 전체예산(326억) 대비 17.8%(57.4억)에 불과해 시험시행 직접비뿐만 아니라 인건비 등의 간접비까지 응시수수료로 충당하고 있는 상황으로, 타 국가시험(국고보조 약 90%) 대비 높은 응시수수료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소관 국시비용을 보면, 건축기사가 4만 2000원, 세무사 3만원, 행정사 6만 5000원, 공인중개사 2만 8000원인 반면, 국시원 소관 국시비용은 응급구조사·치과기공사 등이 13만 5000원, 의사 90만 7000원(필기 28만 7000원 + 실기 62만원) 등 차이가 크다.

배 원장은 “물론 보건의료인 국시가 치과실기, 잘 훈련된 표준화 환자 등 응시료가 높아질 수 밖에 없는 측면이 있지만, 국시원 운영 경상비 일부까지 응시료에서 충당하는 것은 고쳐야할 일”이라며 “응시자들의 경제적 부담 감소를 위해 전 직종 응시수수료 인하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국고보조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 제출되고 있는 질적 향상과 타당성 검토에 대해서도 의지를 다졌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시험문제가 보건의료인들에게 적합하게 실력을 판단할 수 있는가에 대해 지속적으로 살펴보는 것”이라며 “이는 눈에도 안 띄고 전문가도 많이 필요한 어려운 업무이나, 국시원의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에 “재임 중 국시 문제에 대한 질적 향상과 타당성을 지속적으로 각 직종별로 검토하고 수정하는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의사를 비롯한 보건의료인 시험표준화를 위한 전문가들과 연구용역도 필요할 것이다. 어떻게 전문가 시각을 모을지에 대해서는 여러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배현주 원장은 “직접 와서 보니 국시원은 효과적으로 돌아가고 있어 놀랐다. 전국 시험이 결코 쉽지 않은 업무임에도 매끄럽게 돌아가는 것은 직원들과 시스템 구축에서 원장, 사무총장 등 역할이 컸을 것”이라며 “향후에도 국시원에 놓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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