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김영주 기자]한국제약바이오협회 원희목 회장이 세 차례 연임을 거친 6년 임기를 이달 말로 마무리 짓고 명예 퇴진한다. 그 6년 동안 산업의 귀함을 대내외에 납득시키고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을 위한 진일보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6년 이었고 박수 받을 만하다는 평가이다.

김영주 부국장
김영주 부국장

원희목 회장은 잔잔하게 이어져온 산업계에 ‘이대로 괜찮을지’에 대한 끊임없는 의문을 던졌다. 약사회장 출신으로 국회의원을 지낸 그의 눈으로 보면 산업계가 가진 중요성을 국민도 산업계도 깨닫지 못하는 듯 했다. 어떤 정책이 어떤 기업에 얼마만큼의 이득이 가는 지는 그에게는 지엽적인 문제였다. 산업이 가진 의미를 국민은 물론 제약 스스로에게도 제대로 인식시켜 산업계의 잠재력을 폭발시킬 때 국가의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 먹거리산업으로 충분히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고, 그랬을 때 산업계의 위상강화는 당연히 따라온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그래서 ‘제약산업=국민산업’이라고 끊임없이 주창했고, 제약강국을 역설했으며, 코로나시대를 맞아 백신주권으로 확장됐다. 그리고 이 같은 그의 선도적 리더십은 코로나19 펜데믹의 시대적 상황과 맞물리며 충분한 공감대 아래 자연스럽게 안착하는 과정에 접어들었다. 더불어 원 회장의 또 다른 핵심 구상인 정부내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설치도 최근 국무총리 직속 위원회 설치로 가닥이 잡히는 등 실현을 앞두고 있다. 이제 제약바이오산업계는 그 존재감을 인정받고 있고, 원 회장의 ‘국민산업’ 주창에 낮설어 하던 산업계도 당당함을 축적해 가고 있는 분위기 이다.

원희목 회장의 6년이 특히 의미있게 여겨지는 것은 산업계 영원한 숙원과제인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에 보다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접근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국내 의약품 개발은 제네릭으로 출발해 개량신약, 복합신약, 그리고 기술수출을 통한 혁신신약 개발의 단계를 밟아왔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단계인 자체적인 혁신신약 개발의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혁신신약 자체개발의 마지막 단계를 넘기에는 여러 가지가 부족한 상태이다. 혁신신약 한 품목 개발에 조 단위의 R&D 금액과 10여년의 연구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그동안 글로벌 신약개발의 통계로 확인된 부분이다. 우리는 우선 자금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연간 매출 1조이상 달성기업이 몇 곳 안되는 현실에서 매년 한 품목에만 1000억이상 쏟아넣을 여력을 갖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원 회장은 정부의 공신력을 이용해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는 ‘메가펀드’ 조성을 모색했고, 5000억정도의 메가펀드 조성에 대한 정부 정책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향후 다양한 펀드 조성의 물꼬를 틔었다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이다. 또 다른 문제는 제약 선진국에 비해 일천한 국내 신약개발 역사에서 어떻게 그 거리를 좁히느냐의 과제였다. 오픈 이노베이션에서 길을 찾았고,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그 대상에 한계가 없었다. 최초의 국내기업간 공동 투자·개발 비영리 재단법인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이 발족 운영되고 있으며, 미국, 유럽 등 신약개발 요충지에 국내기업 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줄줄이 마련됐다.

돌이켜 보면 원희목 회장은 기존과는 사뭇 다른 유형의 리더십을 선보였다. 이익단체장은 의례 ‘의전용’ 또는 ‘로비용’ 등으로 구분되고, ‘안전성’에 목표를 둔 당장의 이익추구에 가치를 두기 마련인데 원 회장은 노심초사하며 뛰어다니는 ‘실무형’에 가깝고 변화와 혁신을 통한 이상적 목표를 추구했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원희목 회장은 이임사에서도 도전을 멈추지 말 것을 강조했다. "일단 치고나가면 그 다음에 판이 깔립니다. 이게 무대가 조성이 될까 그렇지 않을까 계산하다가 다 놓칠 수 있습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과 연대가 동시에 이뤄지는 글로벌 생태계에 뛰어들도록 고삐를 당겼다. 그리고 도전에 나선 기업체들의 화답에 감사를 표했다. "우리의 존재감을 보여준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해낼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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