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의사 3년 · 컨설팅업자 2년 징역, 피해약사 5000만원 배상 판결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약사에게 약국 이행합의서를 작성하고도 의료기관 개설 사기 범죄를 꾸민 의사·컨설팅업자가 징역 및 배상금 지급 판결을 받았다.

이들은 같은 수법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력이 있음에도 범죄를 다시 저질러 더욱 문제가 됐다.

수원지방법원 제15형사부는 최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 및 ‘사기’에 대한 재판으로 배상명령 신청을 받은 의사 A씨와 병원 컨설팅업자 B씨에게 각각 징역 3년, 2년형을 선고하고, 피해를 받은 C약사에게는 편취금 5000만원을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사건 주요 내용을 보면, B씨는 2021년 10월 C약사에게 ‘상가 건물에 내과, 정형와과, 소아과 전문의 3인 병원을 3년간 운영하고, 매일 처방전 60건 이상이 발행될 것이다. 원활한 병원 운영을 위해 5000만원의 이행합의금을 달라’는 취지로 거짓말을 했다.

그 과정에서 피고인들(A의사 · B씨)은 2021년 10월 경 C약사에게 약국 이행 합의서를 작성하면서 이행합의금을 편취한 것.

그러나 사실 A의사가 3억 1490만원 가량의 채무가 있었고, 이미 5년간 운영하기로 약정한 계약들을 여러번 이행하지 못한 상황이었으며, 이로 인해 검찰 기소의견으로 송치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공단부담금에 다수의 압류가 돼 있어 진료로 수입이 발생해도 바로 압류되는 상황이며, 개인회생 절차 진행을 준비하고 있어 병원을 개원하더라도 약정 기간 동안 건물에서 병·의원을 제대로 운영할 의사나 능력이 없이 피해자들에게 이행합의금만 받을 생각이었다.

실제로 A의사는 2021년 10월경 다른 의원을 개원했으나 그달부터 직원 임금을 전혀 지급하지 못하다가 2022년 1월 폐업했음에도 C약사에게 이행합의금 명목으로 2021년 5000만원을 A의사 어머니 명의 계좌로 송금받은 것이다.

B씨는 이러한 사실을 알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공모해 함께 범죄를 저질렀다. A의사가 2017년 병원을 개원하려다가 자금 부족으로 많은 채무가 발생해 해결방법을 찾다가 만나 지원금을 통한 개원사기를 알려준 것 역시 그였다.

피고인들은 이 사건 이전인 2020년에도 시행사로부터 컨설팅 수수료 및 인테리어 공사비 등 명목으로 지원되는 지원금을 편취하기로 모의하고 의사 3~4인 진료, 정형외과, 내과, 소아청소년과로 구성된 병원을 5년간 운영하기로 하고 약 10억원을 받기로하는 특약사항을 넣은 이행각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이 때에도 마찬가지로 병의원을 운영할 의사나 능력 없이 지원금을 챙길 의도만으로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약 3개월만에 폐업한 이력이 있었다.

결국 수원지법 형사부는 이러한 점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피고인들에게 징역을 선고하고 약사의 피해액을 배상하도록 결정했다.

재판부는 “전문의와 병원 컨설팅업자가 상가건물에 약속한대로 병의원을 개원·운영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들을 기망해 적지 않은 금액을 편취하거나 재산상 이득을 취득한 것”이라며 “범행의 경위, 수단과 방법, 피해 정도 등에 비춰 죄책이 무겁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동종범죄로 A의사는 징역형 집행유예를, B씨는 징역형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재차 이번 사건 범행을 저질러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손해를 배상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을 맡은 법무법인 규원 우종식 변호사는 “이러한 피해는 대부분 신축건물, 신규병원, 약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 이유는 임대차계약서, 의사면허증, 전문의자격증만으로 더 이상 확인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피해 약사가 이를 신뢰하지 않고 이행약정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형사상 구제를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임대차계약서, 의사면허증, 전문의자격증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담보하지 못한다”며 “최소한 개설이력이나 근무이력을 물어보고 기록을 남겨놓는 것만으로도 많은 리스크를 줄이고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