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약사들 제기한 1억원 환수소송에서 중개인 계약불이행 인정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 약사들이 소아과병원 입점을 약속하고 1억원을 건넸으나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중개인에 대해 6000만원을 돌려받은 사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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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방법원이 최근 A약사, B약사가 중개인 C씨에게 제기한 부당이득금 관련 소송 판결에서이다.

사건 주요 내용을 보면, 중개인 C씨는 2018년 8월경 D의사로부터 4층 건물에 상시진료 4인, 수시진료 3인으로 하는 병원을 운영할 계획이라는 설명을 듣고, 11월경 A약사와 B약사(이하 약사들)에게 병원입점(상시4인, 수시3인)이 확정돼 약국으로부터 독점적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약사들은 선입금 요청에 따라 11월 지원금 명목으로 3회에 걸쳐 총 1억원을 C씨 입금을 통해 D의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약사들이 막상 D의사를 만나 병원 개원 여부를 확인했으나, 본인이 개원하지 않고 E의사가 개원한다는 다른 취지의 답변을 했다.

여기에 E의사가 한의사이자 일반의로 확인되면서 약사들이 D의사에게 한의원을 개원하는가 물었으며, 그는 E의사가 가정의학과로 병원을 개원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후 2019년 4월 경 상가에 병원이 개원했으나, 소아과 전문의인 D의사는 병원에서 주 20시간 이하의 수시진료만 했으며, 병원에서는 주 40시간 이상 근무 의사 1명, 주 20시간 이하 근무 의사 4명(D의사 포함)만으로 구성된 의료진이 진료를 하게 됐다.

약사들도 같은 달 약국을 개설해 운영했으나 병원 처방전 수가 예상했던 규모에 미치지 못해 약국 매출이나 수익이 저조했으며 결국 임대인과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7월말 약국을 폐업했다.

이에 약사들은 C씨의 행위를 계약불이행으로 보고 소송을 추진하게 된 것으로, 수원지법은 결국 약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수원지법 재판부는 우선 “이 용역계약은 원고들(A약사, B약사)이 C씨에게 약국영업 활성화를 목적으로 상시진료 4인, 수시진료 3인 규모 소아과병원을 입점케 하는 용역업무를 위탁하고, 업무이행이 완료되면 약정 보수를 지급토록 약정한 것으로 유상계약과 유사하다”고 보았다.

이를 전제할 때 C씨가 약사들에게 1억원 용역대금을 수령하고도 입점한 병원은 한의원을 겸할 뿐더러 소아과병원으로 분류하기도 어렵고, 의료진 구성도 미달돼 용역계약에 현저히 미치지 못해 계약을 이행하지 못했다고 해석했다.

오히려 C씨는 재판에서 약사들이 D의사에게 제공한 것은 불법 리베이트로 반환을 구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용역사건에 따른 원고들(약사들)이 건물 4층에 소아과병원이 입점하면서 향후 약국 영업에 도움을 받기 위한 명목으로 D의사에게 돈이 전달됐더라도 이런 사정만으로 원고들이 용역계약을 통해 처방전 알선 대가로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고 볼 수 없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원은 원상회복 범위에 대해 용역대금의 규모와 C씨의 업무수행 내용, 이를 위한 지출 비용을 고려한 진행비율을 40% 정도로 보고 1억원 중 나머지 6000만원에 대해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사건을 맡은 법무법인 규원 우종식 변호사는 사건에 대해 “1억원을 지급하면 상시진료 4인, 수시진료 3인의 소아과병원이 입점된다는 중개인 말에 이를 지급했으나 입점해 운영한다는 병원장은 사실 다른 지역에 이미 계약돼 있었고, 조건에 미달하는 병원이 입점한 약국은 폐업할 수 밖에 없었다”고 부연했다.

이어 “신규 약국의 경우 병원을 입점시키겠다며 돈을 받아가는 브로커나 중개인, 컨설턴트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병원개설지 근무이력·개설이력을 확인할 필요가 있고 기존 근무지/개설지에서 크게 벗어난 곳에 한다면 한번 더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특히 우 변호사는 “문제가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들어간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끌려다니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초반부터 대상과 방법을 법률검토해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소송뿐 아니라 상대가 계약을 이행하도록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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