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 이상만 편집국장
의학신문 이상만 편집국장

[의학신문·일간보사] 최근들어 상급종합병원인 가천대 길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인력 부족으로 입원진료 중단사태를 맞는 등 전국적으로 소아청소년과(소청과)의 진료환경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결과론적이지만 현 사태의 원인은 지난 3년간 지속되어온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환자 급감과 함께 노동집약적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부족, 나아가 초저출산 기조로 인한 대상환자군의 급감 우려 등으로 소청과의 위기 경고음이 켜졌음에도 그 심각성에 대해 정책 관계자들이 간과했기 때문일 것이다.

전체 인구의 17%가 소아청소년이다. 이들 필수진료를 담당하는 소청과의 경우 의원급은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환자가 급감하면서 지난 수년간 수백 곳이 문을 닫았다. 종합병원 역시 전문인력 부족으로 고난이도, 중환진료와 응급진료의 축소 등이 진행중인 위급한 상황의 연속이다.

실제 소아 중증환자 들을 담당하는 상급종합병원의 경우도 지금 당장은 소청과 외래진료 및 소아응급실을 운영하고는 있지만 내년 상반기에 신규 인력을 제때 충원하지 못하면 65%의 의료기관이 응급진료 마저 축소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여서 자칫 진료대란의 위급한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

최근 마감된 2023년도 소청과 전공의 지원 현황을 보면 2015년만해도 모집 정원 대비 90% 이상의 지원율을 유지했었지만 2020년에는 68.2%, 2022년에는 27.5%로 낮아진데 이어 2023년도는 16.6%로 수준으로 폭락해 수련병원계에 고충이 적지 않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세브란스병원과 가톨릭의료원 등 수도권의 주요 상급종합병원에 이르기까지 소청과 전공의의 대량 미달 사태는 외과 및 흉부외과를 넘어선 필수의료 중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지난 2년여간 지방과 수도권 거점 수련 병원들의 경우 전공의 부족의 대체로 교수와 전문의 당직에 의존하면서 버텨왔지만 이젠 한계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점에서 신속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환자 안전 및 사회안전망조차 위협 받을 수밖에 없다.

관련 학계에서는 소청과의 위기를 예견하고 수년전부터 과거 전문인력 부족으로 큰 홍역을 치렀던 흉부외과나 외과 등과 동등한 지원 대책 마련을 지속적으로 요청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부의 안일한 대처방식에 대한 분노가 크다.

따라서 이제라도 붕괴되어 가는 소청과의 진료 정상화를 위해서는 소청과를 단순한 수요와 공급의 시장 메커니즘에 맡기지 말고 미래 청소년들을 위해 의료의 공공성 차원서 보다 현실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정부에서도 해법으로 소아 전문 응급의료센터 확충과 소아암 지방거점병원 신규 지정,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지원 등을 담은 필수의료 지원책을 내놓긴 했지만 이는 소아진료 현장에서 바라보는 위기 수습책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

소청과 의료현장에서는 정부가 흉부외과 및 외과 살리기에 나섰던 것처럼 입원진료 수가의 인상과 중증도에 따른 입원비 및 행위로 가산율 인상 등을 통한 전문인력 확보는 물론 전공의 임금지원, PA 보조인력 비용지원 방안 등의 현실성 있는 지원책을 기대하고 있다.

늦긴 했지만 더 큰 혼란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복지부 내 소아청소년 필수진료지원 TFT 등 실행기구를 만들어서라도 의학계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한 특단의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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