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안병정 기자]대한의사협회가 마침내 회관을 신축 준공하여 새로운 이촌동 시대를 열었다.


지난 2017년 대의원총회에서 회관신축을 결정한 이래 5년만의 결실이다. 꽤 오랜 시일이 걸렸지만 그래도 각종 어려움을 극복하고 대역사를 완수한 것은 다행이며, 박수 받을 일이다.

특히 의협이 회관 신축사업을 본격 전개한 시기는 ‘코로나 19’로 온 나라가 혼돈에 빠진 어려운 시국이었다. 그럼에도 이를 돌파하여 소기의 목적을 달성해 낸 것은 값진 성과이고 업적이다. 그 과정에서 추진위원회와 의협지도부의 희생적인 노력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우여곡절 속에서도 과업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많고 적음을 떠나 기금을 모아준 열혈 의사회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추진위원회가 집계하여 밝혔지만 그동안 회관신축 사업에는 수많은 회원과 단체가 기금조성에 참여했다. 얼핏 보면 개인 회원 수가 그다지 많지 않아 보이지만, 230여 단체 속에 대다수 회원들의 정성이 녹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의협 신축 회관에는 전국의 모든 의사들이 지역의사회나 소속된 학회, 또는 유관 단체의 구성원으로서 적어도 벽돌 한 장씩을 보탰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의협회관 건립 사업은 단지 노후화된 건물을 헐고 초현대식 건물을 새로 지었다는 ‘건축적’ 의미를 넘어 전체 의사회원들에게 의협에 대한 소속감을 일깨우고, 참여의 열정을 끌어 모은 기회가 되었다는데 더 큰 의의와 가치를 부여해도 좋을 것 같다. 모쪼록 신축회관이 의협의 세련된 ‘얼굴’로서 위용을 갖춰 의사회원들의 자존을 높이게 된 것을 축하 하는 바이다.

그렇지만 이런 의미와 기쁨도 시기적으로 지금은 자축하거나 누릴 분위기가 아닌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다. 다들 아는 바와 같이 요즘 의료계 주변에 희망적인 뉴스라곤 없다. 최근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몇몇 입법관련 사항이나 정부의 제반 시책 등이 의사회원들의 힘을 쭉 빼놓고 있는 지경이다. 의료수가나 의사인력문제 등 민감한 의료현안의 해결 방안도 안개 속이다. 이런 마당이니 ‘회관건립’이란 숙원은 풀었다 해도 감흥이 일지 않는 것이다.

결국 일선 의사회원들의 축 처진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것은 의협지도부의 몫이다. 그것은 의협이 정책단체로 거듭나는 것이고, 정치사회적인 위상을 높여 회원들에 희망을 주는 길밖에 없다. 이에 의협이 새 회관 건립을 계기로 내부의 혁신을 기해 최고의 전문가단체라는 위상에 걸맞게 더욱 큰 도약을 이뤄나갈 것을 기대해 본다.

물론 새로운 사무환경이 갖춰졌다고 하여 당장 회무의 효율성이 높아지거나 정책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숨고를 틈도 없이 의협을 채근하는 것이 야박해 보이지만 의료계를 둘러싼 제반 환경을 고려하면 지도부의 분발을 기대하는 것 외에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의협창립 114주년 축사’에서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의협의 르네상스가 펼쳐지길’ 소망한 바 있다. 정말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부디 이번 신축 회관 입주를 의협이 체질을 개선하는 터닝 포인트로 삼아 의협의 조직이나 시스템, 기능과 역할 모두가 최첨단 건물처럼 시대상황에 부응하는지 점검하고, 외관에 걸 맞는 내부 역량을 구축해 나갔으면 한다. 이로부터 미래의료를 선도하는 정책단체의 위상을 과시해 줄 것을 기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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