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김영주 기자]4년 만에 한 번씩 열리는 지구촌 축제 ‘월드컵 축구’가 한창이다. 대한민국 축구도 지역예선을 거쳐 32강이 겨루는 본선에 진출, 선전에 선전을 거듭하고 있다. 국민들은 기쁨의 환호와 안타까움의 탄성을 쏟아내며 축제를 온전히 즐기고 있는 중이다. 대한민국의 축구팀을 세계 최강의 대열에 놓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만만하게 볼 호락호락한 팀이 아니라는 점에는 우리 뿐 아니라 축구 본고장 유럽인들도 공감하리라 믿는다. 실제 어느 강팀과 붙어도 터무니없이 나가떨어지지는 않는다. 경기결과나 과정 어디를 보더라도 그렇다. 수많은 좌절과 시행착오 속에 선수 육성의 시스템화, 재능 있는 유소년의 조기유학, 그리고 우수 선수들의 활발한 유럽 진출 등이 이뤄낸 결과물이다. 큰 대회만 나가면 다리가 얼어붙는 선수들, 그 선수들을 보면서 마음 졸이는 국민들, 그리고 ‘졌지만 잘 싸웠다’는 공허한 자위의 시대가 가고 있는 것이다.

김영주 부국장
김영주 부국장

대한민국 축구의 발전과정이 토종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과정과 많이 닮아있다고 한다면 어떨까? 인고의 세월을 이겨내고 저변확대를 통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가며 이제 정상을 위한 마지막 고비를 넘기기 직전에 다달았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은 여전히 난제이다. 올해도 결국 이에 합당한 성과창출을 기대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최근 몇 년간 반복된 현상이지만 유망한 신약 파이프라인이 상품화를 목전에 두고 좌절하는 안타까운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혁신신약에 대한 발걸음은 계속되고 있다. 시련이 더 단단해지는 계기가 되고 있는 셈이다. 산업계는 문제점을 찾고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혁신)은 이제 신약개발의 한 과정으로 인식되고 있다. 연구개발 벤처가 임상전단계의 유망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전통제약이 개발 및 임상을 거쳐 상품화를 꾀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범위를 확대하고 있고, AI신약개발센터를 통해 AI기술과의 접목을 모색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혁신형의약품컨소시엄KIMCo)을 통해 국내 연구개발 제약기업들이 힘을 합쳐 임상 전 단계를 우리의 힘으로 완성하는 ‘토종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을 추구하며 그 과정에 반드시 필요한 ‘메가펀드’ 조성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제약바이오산업계 측면에서 2022년을 되돌아보며 가장 두드러진 현상이라면 ‘한국형 신약들의 대도약’을 꼽을 수 있다. 최소 6개 국내신약이 연말까지 1000억이상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내 시장도 우리끼리의 싸움이 아니다. 글로벌 제약 오리지널과 뜨거운 경쟁을 벌여 이뤄낸 성과이다. 품질면에서 오리지널과 대등하지 않으면 이뤄내기 어려운 성과이다. 지속적 투자로 개발한 우수 신약이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통해 R&D 재투자가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더욱 긍정적이다. 특히 연구개발이 몇몇 제약만의 전유물이 아닌 다수의 기업들로 두터운 저변을 형성해 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한국축구가 ‘맨 땅에 헤딩’하던 시대를 견디고 축구중심으로 한 발짝 나아가듯 ‘K-Pharm’도 ‘우리가 무슨 신약이냐’는 자조를 넘어 신약 선진국으로 우뚝 설 날이 곧 올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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