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법 판결…약국 입점·확장 등 착오 생기면 계약서 중대 문제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같은 상가 내 경쟁 약국의 확장 사실을 알 수 없었지만, 약국 양수·양도 계약을 취소하고 2억 5000만원의 권리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

이는 피해 약사가 제한된 조건 속에서 적극적으로 관련 내용을 확인하려 한 점 등을 인정받은 결과다.

서울북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가 내린 부당이득금 관련 소송 판결에서는 이같은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사건 주요 내용을 보면, A약사(원고)는 지난해 3월 B약사(피고)가 한 약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C약국 영업권을 양도한다는 게시글을 보고 연락처를 남기면서 약국의 위치를 확인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와 가까웠던 101호(귀금속가게, 폐업예정)에 약국이 입점한다면 양수하려는 약국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어렵다고 걱정하고 B약사에게 빈 자리에 들어오는 입점 예정 장소를 물어봤으나,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A약사는 가계약 이후에도 재차 101호가 매물로 나와있는지, 계약된 상태인지 알아봐줄 것을 요청했는데, 이틀 후 ‘휴대전화 매장이 들어올 예정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C약국 영업권을 양수하기로 계약을 체결해 권리금 2억 5000만원을 지급하고 약국을 운영했다(4월).

한편, 이 가운데 A약사는 B약사로부터 사업운영에 있어 기밀(사업장 소재지 및 주변건물, 위치, 조제료 등) 정보를 주변에 유출하면 피해보상에 응해야한다는 서약서를 쓰기도 했다.

재판에서 문제가 된 상가 약국들의 위치와 출입구 표시(의학신문·일간보사 재구성) 
재판에서 문제가 된 상가 약국들의 위치와 출입구 표시(의학신문·일간보사 재구성)

그런데 101호는 2월부터 상가 경쟁약국인 D약국을 운영하던 E약사가 넘겨받아 약국 확장으로 협의를 마치고 3월(B약사가 게시글을 올리기 전 시점) 권리금 계약을 체결한 상황이었으며, 폐업 문구 역시 계약체결 이후에 붙은 것이었다.

실제로 D약국이 확장을 마치고 운영을 시작한 4월 말부터 상가 3~7층에 있는 병원에서 처방을 받은 환자 대부분은 D약국에서 의약품을 구매했고, 이로 인해 C약국 매출은 급격히 감소했다. 결국 A약사는 C약국을 11월에 폐업했다.

이에 A약사는 B약사에게 지급한 2억 5000만원을 지급할 것을 소송하게 된 것이다.

재판부는 “소송에서 A약사가 101호에 다른 약국이 입점하지 않아 C약국을 이전처럼 운영할 수 있다는 기대 하에 계약을 체결했고, 이는 B약사에게도 표시돼(문자 문의 등) 해석상 법률행위 내용으로 됐다”며, “A약사가 D약국 확장 사실을 알았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도 인정돼 A약사는 계약 중요 부분에서 착오를 일으켰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상가에 병원에 입점해 있다면 환자들은 승강기를 통해 다른 층에 입점한 약국으로 이동해 처방받은 의약품을 구매하는데, 약국이 같은 층에 있는 다른 약국에 비해 승강기에 더 가까운지는 약국의 매출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그런데 101호는 상가 건물에 입점한 병원과 연결된 승강기에서 C약국보다 가깝기 때문에 다른 약국이 입점하면 C약국은 운영에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며, 건물소유인 역시 D약국의 확장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었다.

A약사도 계약 체결 전 다른 약국 입점을 걱정해 확인해달라고 요청했고, 당시 101호에 약국이 입점하면 지급한 권리금의 절반을 반환받는 조건으로 계약체결을 물어보기도 하는 등(실제로 성사되진 않음) 이를 중요하게 여겼다는 사실을 인정받으며, D약국 확장 후 매출 급감이 이뤄지기도 했다.

B약사는 계약 체결 당시 약국 독점 규약이 없고, 101호 폐업 현수막이 붙어있어 약국 입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A약사가 인지하고 있어 계약 중요부분의 착오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이미 D약국이 확장이 확정돼 있음에도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이는 인정되지 않았다.

또한 착오에 대한 과실이 A약사에게 있다는 주장은 △B약사를 통해 101호 입점 여부를 확인하려 노력한 점 △A약사가 서약서 내용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 적극적으로 주변 점포나 공인중개사무소에 약국 확장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점을 종합하면 계약 체결 당시 요구되는 주의를 현저하게 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B약사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B약사가 의도적으로 A약사를 속였다고 판단되지는 않았으나, 착오로 인해 성사된 계약으로 인해 중대한 손실이 발생한 점을 인정한 것이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우종식 변호사(법무법인 규원)는 “의약분업 이후 많은 약국은 병원 처방전에 의한 조제료 수입이 주 수입원이 된다”며 “이 때문에 약국을 인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경쟁약국이 입점, 확장하거나 병원이 폐업, 이전하는 등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약국권리금계약체결을 거절할 만한 중요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판결도 양수인(A약사)이 인수 이전과 동일하게 운영할 수 있는 기대와 관련해 착오를 일으켰다면 계약 중요 부분에 대해서도 착오라는 점을 인정하는 판결”이라며 “이러한 착오에 있어 취소가 인정되려면 계약 이전 양수인은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양도인 등에게 확인해야하며, 양수 이후 문제가 발생했다면 신속히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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