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김영주 기자]코로나19 팬데믹은 국내 제약바이오산업계에 위기이자 기회였다. 팬데믹에 따른 전반적 경기 악화는 제약바이오산업계도 피해갈 수 없었지만 치료제 및 백신개발은 산업계의 몫이었고,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주체로서 진가를 발휘할 결정적 기회를 잡았다.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이 보건안보 차원의 국가적 경쟁양상을 띠며 국내 산업계는 국가대표로서 온 국민의 기대와 성원을 받았다. 기업들은 너도 나도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며 화답했다. 그 정점이던 2020년 9월1일 현재 본지가 집계한 개발 현황에 따르면 총 49개 기관 54개 프로젝트가 가동됐다. 백신개발이 12곳 기업 12건, 치료제 개발 16곳 기업 18건, 약물재창출 15곳 기업 15건, 의료기관 임상 6곳 6건, 대학병원 8곳 8건 등이었다. 개발에 나선 다수의 상장 기업들이 주가폭등으로 몸값을 높였다.

김영주 부국장
김영주 부국장

그리고 이제 잔치는 끝나고 검증의 시간이 왔다. 모두들 알다시피 백신 및 치료제에서 각 1개 품목씩 성공 사례를 남겼다. 셀트리온의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이 그들이다. 이들의 성공은 우리 역량이 한 단계 나아갔음을 증명했다. 그러나 나머지 그 많던 프로젝트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갔다.

최근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은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 중단 제약사에 대한 철저한 조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산 치료제와 백신이 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기대감을 국민들에게 심어주고, 그 기대감을 이용해 사익만을 추구했다면 대국민 사기행위'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사실 코로나 초기 국내 산업계 R&D 핵심기업들은 치료제든 백신이든 개발문제에 대한 언급을 꺼려했다. 짧은 기간 내에 치료제 및 백신을 개발하기란 불가능하고, 이런 상황에서 어떤 언급이든 자칫 헛된 기대를 줄 수 있으며, 결국 신뢰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부담 때문이었다. 백종헌 의원의 ‘검증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물론 백 의원의 주장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GC녹십자에 대한 '먹튀'주장은 오류가 있고, 자칫 제약기업의 연구개발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점에서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GC녹십자는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개발과 관련, 공익적 목적임을 분명히 해 왔고, 이 회사 오너이자 CEO인 허은철사장은 개발에 성공한다면 전면 무상공급을 약속했다. 혈장치료제가 개발에 성공한다 해도 그 성격상 국내 사용에 한정되고, 이를 무상 공여하겠다는 것은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선언으로 공익목적의 개발이라는 개발 취지에 부합한다. 개발하는데 정부 돈 58억이 투입됐고, 임상 중단 후 정부투입 개발비용을 반납하라는 주장도, 개발비용을 반납 안했다고 먹튀로 규정하는 것도 쉽게 납득되는 부분이 아니다. 그렇게 따지면 먹튀 기업이 아닌 곳이 어디 있을까? GC녹십자는 지난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팬데믹 상황에서 세계 여덟번째로 신종인플루엔자 백신 '그린플루' 개발에 성공, 전 국민의 35%에 이르는 1700여만명이 백신을 접종받아 바이러스 공포로부터 해방시키는 데 큰 공헌을 한 기업이다.

그럼에도 백 의원의 검증필요성 제기에 대해선 상당부분 공감한다. 산업계 내에서도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나선 기업 일부에 대해선 그 진정성에 지속적인 의문이 제기돼 왔다. 국민들사이에서도 의문이 없을 리 없다. 대승적 차원에서 차제에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옥석을 가려야 한다.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과정과 그 기업의 신약개발 성과 등을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철저한 조사를 통한 옥석가리기는 번번이 실패하면서도 의지를 꺾지 않고 묵묵히 신약개발에 매진해온 기업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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