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미세잔존질환 치료제

[의학신문·일간보사=김상일 기자]급성림프모구백혈병의 1차 치료 목표는 골수검사를 통해 백혈병 세포가 5% 미만으로 검출되는 ‘완전관해’에 도달하고 이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완전관해에 도달하여 현미경으로 백혈병 세포가 관찰되지 않더라도, 실제로 몸속에는 여전히 수많은 백혈병 세포가 남아있을 수 있다.

완전관해 이후 0.01%라도 백혈병 세포가 남아있는 것을 미세잔존질환(Minimal Residual Disease, MRD)이라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완전관해에 도달한 성인 환자의 30-50%에서 미세잔존질환이 검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세잔존질환은 재발에 대한 강력한 위험 인자이며, 환자의 생존 기간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세잔존질환 양성 환자는 음성 환자에 비해 재발 위험과 사망 위험이 72% 더 높았으며, 10년 후 생존율 역시 4배가량 낮았다.

이전에는 급성림프모구백혈병에서 미세잔존질환 치료를 위한 적응증을 가진 치료제가 부재했다. 그러나 블린사이토가 급성림프모구백혈병 치료제 중 최초로 미세잔존질환 양성 환자에서 유효성을 확인하면서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됐다.

블린사이토는 2020년 첫번째 또는 두번째 관해에 도달한 환자 중 미세잔존질환이 양성인 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자 치료에 대해 적응증을 획득한 이후 현재까지 급성림프모구백혈병에서 유일한 미세잔존질환 치료제다.

미세잔존질환 적응증 추가에는 BLAST 연구가 뒷받침됐다. 연구에 따르면 블린사이토 투여군의 78%는 투여 1주기 만에 미세잔존질환 음성에 도달했다. 이중에서도 아직 재발되지 않은 첫번째 관해 상태의 환자의 경우에는 더 높은 치료 반응을 보였다.

미세잔존질환 음성에 도달한 환자군은 더 연장된 전체 생존기간과 무재발생존기간을 보였다. 랜드마크 분석결과, 미세잔존질환 음성을 달성한 환자의 생존기간과 무재발생존기간은 각 38.9개월, 23.6개월인 데 반해, 음성을 달성하지 못한 환자는 12.5개월, 5.7개월에 그쳤다.

아울러 장기 추적관찰 결과를 통해, 블린사이토로 미세잔존질환 음성에 도달한 경우 장기 생존과, 더 나아가서는 완치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음을 확인했다. 약 5년의 추적 관찰 시점에서 미세잔존질환 음성을 달성하지 못한 환자의 생존기간 중앙값은 14.4개월인 반면, 미세잔존질환 음성을 달성한 환자의 생존기간은 중앙값에 도달하지 않았다.

이는 블린사이토와 표준치료요법을 비교한 후향적 연구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미세잔존질환 양성 환자에서 블린사이토는 표준치료요법 대비 약 4.5배 긴 무재발생존기간을 보였으며, 동종조혈모세포이식 여부를 보정했을 때 블린사이토는 표준치료요법 대비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을 50% 감소시켰다.

이러한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미국종합암네트워크는 청소년 혹은 성인 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자가 1차 관해를 획득했으나 미세잔존질환이 양성일 경우, 유일한 치료법으로 블린사이토를 권고하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가톨릭혈액병원 혈액내과 윤재호 교수는 “미세잔존질환은 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자의 재발과 사망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위험 인자이므로,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며, “블린사이토를 통해 이미 재발한 환자의 치료를 넘어 재발 위험을 사전에 관리할 수 있는 치료가 가능해지면서, 재발 위험 감소와 생존기간 연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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