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안병정 기자] 의대 신설문제가 초미의 관심이다.

금년에는 여느 해와 달리 관련 법안만 11건이나 발의되어 있고, 여타 몇몇 대학들도 의대유치를 위해 막후에서 노력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그래서 가을 국회와 정부의 내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 정책에 관심이 쏠린다.

잘 아는 것처럼 의대 신설 문제는 2년 전 문재인 정부 때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여 전공의 파업과 의대생 수업거부라는 초유의 사태를 불러왔었고, 그 때 정치권의 중재로 “코로나 19 상황이 안정된 이후 의료계와 다시 논의해 추진한다”는 선에서 ‘9.4 의정합의서’를 채택하면서 사태가 진정된 바 있다.

그랬던 것이 최근 코로나가 수그러들면서 ‘의정협의체’ 재개 요구와 잠재 되었던 의대신설 논의가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몇몇 지차제가 각종 명분으로 지역구 의원을 앞세워 의대 유치에 뛰어들며 과열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물론 ‘9.4 의정 합의서’에 “의대신설 논의는 의료계와 논의해 추진 한다”는 단서가 있다. 그러나 이는 ‘합의’를 규정한 것이 아니라 선언적이다. 따라서 법을 만드는 국회에서 명분을 만들어 밀어붙이거나 정부를 압박하면 막을 방도가 없다. 이런 마당에 최근 야당 대표가 나서 ‘공공의대설립법안을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이고, 여야의 몇몇 국회의원들도 지역구와 연계성 있는 법안을 이번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벼르는 분위기다.

이처럼 의대 신설문제가 국회로 옮겨지고, 정쟁화 되는 양상이 걱정이다. 무엇보다 정치권이 나선다면 코로나로 촉발된 공공의료에 대한 중요성과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된 필수의료 인력난 등을 앞세워 법안을 밀어붙일 공산이 크고, 이 때 여야와 지역을 안배할 소지도 있어 자칫 여러 법안이 통과될 개연성도 있어 본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불행한 일이다.

주지된 사실이지만 공공의료나 필수의료 분야의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거나, 지방 또는 중소병원이 의사 구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는 총량적으로 의사수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그동안 숱하게 제기된 것처럼 자존감 높은 의사들이 ‘어렵고 힘들고 박한 일’을 기피하는데서 비롯된 문제다. 따라서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의과대학을 아무리 신설하고 의사정원을 늘려봐야 의사가 부족한 곳은 항상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막연하게 지역의료 불균형을 해소하고 공공의료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의무복무 기한을 정해 대학을 설립하자는 요구와 논리는 탁상공론일 뿐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이고 의료취약지도 없는 상태다. 따라서 지역 의료불균형을 해소하는 문제라면 의료전달체계와 응급의료체계부터 확고히 구축하여 의료자원 이용의 효율화를 이루며 수요와 공급을 맞추는 일이 중요하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말 의사가 부족하다면 그 때도 의대를 늘리기보다 우수한 의사를 길러낼 수 있는 역량 있는 의과대학에 정원을 늘려주는 것을 우선적인 대안으로 삼아야 한다.

거듭 얘기하지만 의과대학 신설이 지역의료 자급화를 위한 숙원사업이라거나,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일각의 주장은 의료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 시도는 인구 절벽시대에 국가 의료의 백년대계를 위해서도 낭비적인 일이다. 의료인력 수급문제는 정부가 현장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어 로드맵을 세우는 것이 옳다고 보며, 지금처럼 정치권이 나서서 설칠 일은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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