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김영주 기자]최근 타계한 故 윤영환 대웅제약 명예회장의 소탈한 성품과 임직원에 대한 각별한 사랑, 그리고 공생 정신이 산업계에서 회자되며 긴 여운을 남기고 있다. 그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회사 지하1층 구내식당에서 임직원들과 같이 식사하는 것을 즐겼다. 직원들과 자연스럽게 만나는 시간이기도 했고, 그럼으로써 식단의 질을 높이는 계기도 됐다. 한 대웅제약 임원출신은 그를 “아버지, 큰 아버지와 같은 분이셨다”고 회고 했다. 직원사랑에 대한 깊이와 높이가 다른 ‘참 좋은 분’으로 기억했다.

김영주 부국장
김영주 부국장

산업계에선 대웅제약을 ‘CEO 사관학교’로 칭했다. 그 만큼 훌륭한 CEO를 많이 배출한 데서 비롯됐다. 사내 팀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한 정기 프로그램으로 ‘성공공장’을 진행했는데 윤영환 명예회장이 직접 참석해 인생 성공을 위한 좌표를 점검하고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위기나 기회에서 CEO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토론하고 생각 자체를 바꾸도록 주문하기도 했다. 꼭 대웅제약의 CEO가 아니라 어디서든 훌륭한 경영자로 성장을 바라는 ‘성공공장 공장장’ 윤영환 명예회장의 기원이 담겨있다. ‘우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면 ‘남’이라고 배척하는 세태와는 많이 달랐다.

그는 모든 일에 있어서 ‘공생’을 앞세웠다. 같은 회사 직원들은 물론 타 회사 사람들도 함께 잘 돼야만 진정한 성공을 거둔 것이라고 윤영환 명예회장은 믿었다.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점을 찾다 보면 그 노력이 순환되어 나에게 다시 돌아오며, 전체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성공하고, 일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남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는 믿음이었다.

그는 또한 제약인으로서의 자부심도 남달랐다. 윤 명예회장은 ‘좋은 약을 만들어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는 ‘의약보국(醫藥報國)의 신념으로 회사를 이끌었다. 고인이 1977년 대웅제약 창립 32주년 행사에서 처음 밝힌 목표이자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대웅제약의 경영이념이다. 윤 명예회장은 ‘의약품을 개발할 때는 가장 먼저 약을 사용할 환자와 환자의 가족을 생각한다’는 경영철학을 직원들에게 강조했다.

대웅제약은 윤영환 회장의 평소 유지를 받들어 따로 빈소를 차리지 않고 온라인 추모관을 운영했다. 생전의 그의 삶을 되돌아보고 그가 특히 중요하게 여겼던 부분들을 정리해 두는 한편 추모의 글을 남길 수 있도록 했다. 대웅제약은 “상주 중심의 장례문화에서 고인 중심의 장례가 되기를 바란다”며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부합하고, 또한 장례 참가로 인한 개인적·사회적 수고나 비용에 대한 개선 등 새로운 장례문화의 시발점이 됐으면 한다”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그의 타계 후 1주일여 동안 운영된 추모관에는 약 1400개의 추모의 글이 남겨졌다. 전, 현직 임직원을 비롯, 산업계 인사 등 각계의 다양한 인사들이 각자의 인연을 바탕으로 고인을 추모하고 그의 영면을 기원했다. 서로의 글을 확인한 지인들이 안부를 묻는 계기가 되며 자연스럽게 생전 고인을 회고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온라인 추모관은 고인의 소탈한 성품에 따른 유지를 받들어 윤 명예회장의 3남인 윤재승 대웅제약 CVO(최고비전책임자)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계 관계자는 “평소 소탈하고 배려가 몸에 밴 그 분의 성품에 비춰 아마도 이번 온라인 추모관 운영은 ‘참 잘했다’고 칭찬하셨을 것”이라고 전했다.

윤영환 명예회장은 생전에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말을 즐겨 썼다. 뿌린 대로 거두리라는 순리 추구의 철학이다. 고인의 유지를 충실히 이어받은 대웅제약도 앞으로 쉼없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가운데 사회공헌과 나눔을 실천하며 모범적인 제약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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