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지난달 30일 이스트시큐리티의 개인용 백신 프로그램 '알약'에서 랜섬웨어에 감염됐다는 알림 메시지가 표시되는 탐지 오류가 발생했다. 다수의 직장인들이 먹통이 되어버린 PC 앞에서 좌절을 경험했고, 이는 EMR(전자의무기록) 시스템이 필수적인 시대가 된 병의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나마 PC를 다루는 것에 능숙한 의료진과 사무직들이 포진한 곳은 빠르게 대응을 했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PC 환경에 익숙치 않은 적지 않은 의료기관은 재부팅만으로 해결이 안되자, 급하게 동네 PC 서비스 업체에 출장비를 지불해가며 이를 조기에 진화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오히려 알약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고 근본적 해결책은 줄 수 없었을 EMR 업체로 문의가 쏟아지며 큰 부담을 주기도 했다. 비트컴퓨터 등은 긴급공지를 올리며 양해를 바라는 안내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태가 야기됐다.

알약을 당장 지워버리면서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지만 랜섬웨어, 악성코드 등 사이버 공격 리스크가 있다는 점도 이슈가 됐다. 졸지에 독약(?)이 된 상해버린 알약을 가지고 있으면 PC를 사용할 수가 없고, 지우면 위험의 노출을 피할 수 없는 일종의 가불기(인터넷 공간에서 흔히 쓰는 어떤 수를 내밀어도 자신에게 해가 되는 상황을 의미)가 된 셈이다.

안타깝지만 가파른 디지털 환경의 전환 속에서 이와 같은 문제는 예고 없이 계속 될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 본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손에 익은 윈도우 환경을 하루아침에 버리고 맥(MAC)을 선택하는 것 보다는 최근 대두되고 있는 병의원 시스템 내 클라우드와 블록체인 등을 적극 활용하는 전환을 먼저 뽑을 수 있을 것 같다. 구름에 싸여 보이지 않는 컴퓨팅 자원을 원하는 대로 가져다 쓰는 것이다.

알약 등 필수적 설치가 요구되는 프로그램의 오류가 낳는 리스크에 대한 가능성이 현저히 적을 뿐만 아니라, 랜섬웨어 공격이 들어와도 훨씬 안전하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비교적 보안에는 비전문가이고 환자 치료에 집중하며 그 외 부분에 대한 관리 여력이 많지 않을 의료진이 직접 로컬 컴퓨터에 보관하는 것 보다, 전문인력들이 데이터 저장 스페이스를 관리하는 것은 부담은 줄이고 안전은 높일 수 있는 손쉬운 길이다.

설령 사이버 공격이 있어도 로컬의 경우에는 원카피로 보관되고 있어 복구나 병원 영업이 정지되는데,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하면 수시로 백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해당 데이터 복구에나 병원 영업 지장 없이 해당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는 부분도 있다.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의료기기 활용과 진단의 오류를 막고, 못지않게 중요한 환자 개인정보를 관리함에 있어 병의원 보안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이번 알약 오류가 일선 병의원들에게 기존 방식에서 과감히 벗어나는 ‘헤어질 결심’을 불러일으키게 된 촉발제가 되는 것은 아닐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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