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김영주 기자]제약바이오업계가 산업계 차원에서 대외 행사를 갖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행사는 그들만의 내부 행사가 대부분이고, 그 만큼 대중언론에 노출될 일도 별로 없었다. 특별히 대국민 이미지를 의식할 이유도 없었다. 지난 2018년 채용박람회가 열리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 해 채용박람회도 자신들의 의지로만 연 게 아니다. 당시 정부는 청년일자리 창출에 온 힘을 쏟았고, 산업계는 이런 정부에 등 떠밀리다시피 했던 것도 상당부분 사실이다.

김영주 부국장
김영주 부국장

당시 주어진 준비기간은 단 한달 반 정도. 행사를 주도한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해야 했고, 취업준비생들의 반응도 체크해야 했으며, 무엇보다 채용에 대한 가시적 성과를 올려야 했다. 청년 일자리 창출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더불어 언론의 주목도도 높아 조금의 허술함도 용인돼지 않았다. 초창기 잘 치룰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높았다. 이같은 큰 행사를 치룬적 없었던 상황에서 시간이 너무 촉박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우려는 서서히 기대로 바뀌었다. 협회 집행부의 적극적인 설득과 노력으로 기업들의 참여 분위기가 확산되며 당초 목표치인 40곳을 넘어 50여곳 제약이 부스 참여를 결정했다. 현장 채용을 계획한 업체도 꽤 됐다. 그리고 행사 당일 3000여명의 취업준비생이 몰려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행사장을 꽉 채우며 '대박'을 예감케 했다. 실제 주요 대중매체들은 행사내용을 상세히 알리며 제약바이오업계 첫 취업 박람회가 성황리에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그 해 하반기 각 기업들 신규채용 규모는 약 3000명(113개 기업 2956명)으로 예년 2000명 수준에서 50%가 늘었다. 물론 취업박람회 개최의 영향으로 풀이됐다.

이듬해(2019년) 열린 두 번째 채용박람회는 규모는 배로 커지고, 짜임새는 더욱 좋아졌다. 첫 행사 때 장소가 너무 비좁았다는 일부 지적에 따라 이번엔 좀 더 넓은 양재동 aT센터에서 진행됐다. 74개 제약바이오기업과 6개 기관 등 총 80개 부스가 들어섰고, 약 6200명이 행사장을 찾는 등 그 규모가 2배로 늘어났음에도 큰 혼잡 없이 행사가 치러졌다. 기업들의 참여의지도 높고 취업준비생들의 관심도 커졌다. 20여곳 제약사는 사전 지원을 받아 심사 통과자를 대상으로 현장에서 면접을 실시, 필요한 인원을 즉시 채용하기도 했다. 행사가 세련돼 지고, 성과창출에 보다 실질적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를 얻었다.

이 같은 두 차례에 걸친 채용박람회 행사 진행은 산업계에 좋은 기억을 안겼다. 많은 취업준비생들의 관심 속에 우수 인재를 채용하는 효과 외에 기업홍보의 장으로 활용됐다. 특히 산업계가 이 같은 대형 행사도 잘 치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계기도 됐다. 대중언론의 관심 속에 산업계가 조명됨으로써 산업계 전체의 이미지 개선을 이루는 또 다른 성과도 있었다.

그리고 이런 좋은 기억이 자칫 사라질 뻔 했던 행사를 되살리는 계기가 됐다. 두 차례에 걸친 채용박람회 이후 3년째 되던 2020년부터 바이오헬스 일자리박람회라는 이름으로 의료기기,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 관련분야 통합 행사로 바뀌며 지지부진하더니 결국 폐지에 몰린 상황에서 제약바이오산업계가 급히 막아서며 단독 행사로 치루기로 한 것.

제약바이오 채용박람회는 연관 분야가 함께 하면 비용도 줄이고 효율도 높아질 것이라는 정부 판단에 따라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도하고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등 7개 단체가 공동 개최하는 행사로 바뀌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온라인으로 치러진 데다 공동 개최로 관심도도 떨어지며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아예 행사계획이 잡히지 않았다. 진흥원 조직개편 등으로 내부 업무가 바뀌면서 행사 진행계획이 빠져버린 것. 그 만큼 지지부진 했음의 반증으로 결국 산업계가 잘 진행하던 행사를 정부쪽에서 훼방 놓은 격이었다.

제약바이오협회는 올해 행사 계획이 없다는 사실을 접하고 이사장단회의 논의를 통해 3년 만에 단독 행사로 치르기로 했다, 협회는 이번 행사가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형태로 개최될 것이라고 밝혔다. 외형보다는 내용에 무게를 둔 행사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K-제약바이오에 대한 대내외적 관심도 높아지고, 빅데이터 활용 및 디지털헬스 산업 발전에 따른 핵심인력 일자리도 많아진 만큼 좋은 결과를 예상했다.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명맥을 잇게 된 제약바이오 채용박람회가 성공적 개최로 구직자는 일자리를 찾고, 산업계는 우수인력을 확보하는 상호 윈-윈의 장으로 오랫동안 그 역할을 다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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