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이정윤 기자] 우리 말에 ‘좋은 일하고 뺨 맞는다’ 라는 말이 있다. 대개 좋은 취지로 한 일이나 뭔가 생각대로 안 되거나 오해가 생겨 말썽이 났을때 쓴다.

코오롱제약이 독감치료제(코미플루현탁용분말6mg/mL, 코미플루)인 전문의약품 1만5000개를 해외 인도적 지원 명목으로 국내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한 일이 딱 그 짝이다.

이정윤 편집부국장
이정윤 편집부국장

일각에서 사용기한이 4개월남짓 남았다는 이유로 ‘밀어내기’ 의혹을 제기하지만 순수한 기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다.

순수한 기부라지만 이번 사안은 전문의약품 기부가 적절하게 관리되지 않으면 얼마나 사회적 파장을 낳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이라는 점에서 간과돼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코오롱제약이 ‘해외지역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단서로 달아 한국사랑나눔공동체에 기부한 코미플루가 충북 제천지역의 일부 어린이집의 원생들에게 배부됐다.

물론 처방이 없는 상태에서다. 전달된 코미플루는 부작용이 심각한 의약품이다.

소아.청소년 환자에서 경련과 섬망과 같은 신경정신계 이상반응이 보고된 약인데, 10대 청소년이 추락사하는 부작용 의심사례에 따라 복용 후 이틀간 보호자 등은 소아나 청소년을 혼자 두지 말라는 안전성 서한이 배포된 사례도 있다.

이번 사안은 코오롱제약의 무심한 기부에 전문지식이 없는 사회복지단체의 무책임이 겹쳐 발생한 사건이다.

다행히 자녀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일부 어린이집 학부모가 처방약을 발견한 꼼꼼한 관심으로 사건의 확대를 차단했다.

기부한 제약사는 법 또는 도덕적 문제로 괴롭겠지만 이번 사안이 제약계에 던진 교훈은 ‘전문의약품 기부는 신중하라’는 점이다.

지진이나 태풍 등을 겪은 나라에 의료봉사를 가는 의사 등 전문가단체에 제약사가 전문의약품을 기부하는 행위는 자주 목도된다.

처방을 내리는 의사단체라는 점에서 별문제가 없지만 전문가가 부재한 단체에 대한 기부는 말썽의 여지가 상존한다.

전문의약품 기부는 사전에 처방을 내릴 전문가 있는지를 따져 보는 등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

이번 사안으로 식약처 등 당국은 전문의약품 기부와 관련한 제도적 대안을 마련할 모양이다. 제약바이오협회 등을 통해 제약사의 전문의약품 기부 실태를 파악한 후 기부와 관련한 적절한 장치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이왕 전문의약품 기부와 관련한 실태조사와 대책을 세우려면 업계의 의견도 세밀하게 듣고 고민없이 기부하는 풍토가 조성돨수 있도록 지침(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으로 생각된다.

이번 사안이 불거지면서 일각에서 제기된 밀어내기 의혹에서 제약사가 자유로워져야 한다.

해외 등 의약품 소비자에게 전달될 때까지 장기간 소요되는 점을 감안해서 사용기한이 짧은 의약품을 기부하는 행위는 자제돼야 한다.

의약품은 생명을 살리는 숭고한 공산품이다. 제약사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사회환원 등에 의약품 기부가 필연적이다.

그렇지만 의약품에 내재된 부작용을 고려할 때 전문의약품 기부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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