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봉식<br>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br>&lt;의사평론가&gt;<br>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의사평론가>

[의학신문·일간보사] 우리나라는 오는 2025년이면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 인구의 20% 넘게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초고령사회가 되면 보건의료 뿐만 아니라, 돌봄과 복지분야에서 효율성과 더불어 다양한 사회적 문제점이 나타나게 된다. 3년 후면 우리에게 들이닥치게 될 초고령사회의 문제들에 대해 우리나라가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선진국의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영국은 급증하는 의료와 돌봄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2012년 의료와 돌봄을 통합하는 ‘보건의료 및 돌봄법(Health and Social Care Act)’, 2014년 ‘돌봄법(Care Act)’ 등을 제정하여 제도적 틀을 만들었다. 이러한 토대 위에 ‘일차의료재택모델(PCHM)’을 통해 일차의료를 강화하고 의료와 돌봄을 통합적으로 제공하여 지역사회에서 향상된 개별서비스와 예방치료를 제공하는 기능을 맡기고 있다.

스페인도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인한 다양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19년 1차 의료에 대한 지원 강화, 1차 의료의 역량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지역사회 중심의 1차 의료 강화 전략’을 발표하였는데 주요 골자는 아동・여성・노인 등을 위한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강화하고 지역사회 건강프로젝트에 1차 의료가 적극 참여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일본은 고령화로 인해 노인인구가 정점에 도달하는 2025년을 목표로 효율적인 의료・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2025 모델’을 구축하여 의료병상을 고도급성기-급성기-회복기-만성기로 구분하고 주로 급성기와 만성기 병상을 축소하고 대신 회복기 병상을 늘리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와 함께 2014년에 ‘지역에서 의료 및 개호의 종합적인 확보를 추진하기 위한 관계 법률의 정비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의료서비스와 돌봄서비스를 분절적으로 제공하는 대신 지역포괄형 의료복합체가 통합적인 의료・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의 구성 요소로는 예방, 개호, 의료, 생활지원, 주거의 다섯 가지 요소가 있다.

일본의 요양병상에는 의료요양병상과 개호요양병상이 있는데, 이 가운데 의료적 필요도가 낮은 개호요양병상을 축소하고 대신 개호요양병상에서 제외된 고령자를 위해 기존 요양병상보다 완화된 인력 기준의 개호의료원을 신설하여 의료와 돌봄을 함께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고령화가 더욱 진행되면서 지역의 의사 부족으로 인한 병동폐쇄와 병원폐업이 이어지면서 의료체계 붕괴로 인한 ‘의료난민’ 현상이 나타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 필요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고령자를 대상으로 요양병상에다 일상의 기능을 더한 집합 주택인 재택형 의료병상 제도를 새롭게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재택형 의료병상은 지역내 개원의나 병원 근무 의사가 야간에 시설 내 상주하지 않는 대신 상주 간호사의 보고와 지시 형태로 고령자를 돌보고 있는데 의사 부족으로 인한 의료난민에 대응하는 중요한 대안이 되고 있다.

이처럼 선진국들은 초고령사회를 맞아 의료와 돌봄을 통합하는 제도적 정비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오고 있다. 특히 과거 분절적으로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와 돌봄서비스를 의사 중심으로 통합 제공함으로써 간호나 돌봄만으로는 완전히 해소되기 어려운 불안과 우려를 해결하는 초고령사회의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의원급 의료기관이 일차의료기관으로서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담당하지 못한 채 의원-중소병원-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 등 의료기관간 기능과 역할 구분도 모호하여 상호 보완적 기능이 아닌 경쟁적 구조 속에 점점 고비용 저효율 시스템으로 가고 있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건의료비는 노인인구 비율이 2010년 10.8%에서 2019년 15.7%로 증가하면서 2010년 5.9%에서 2019년 8.2%로 9년 만에 39% 증가했다. 일본이 1987년 노인인구 비율 10.9%에서 1997년 15.7%로 증가하는 동안 의료비가 6.4%로 동일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의료기관 종별 진료비 점유율에 있어서도 의원급 의료기관은 2010년 35.5% 에서 2020년 30.8%로 점유율이 4.8%p 감소하고 있는 반면, 같은 기간 상급종합병원은 2010년 25.8%에서 2020년 28.2%로 2.4% 증가, 종합병원도 2010년 23.8%에서 2020년 27.0%로 증가하여 건강보험 재정 지속성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점차 위축되고 있는 일차의료기관의 기능을 재정립하고 일차의료기관 중심 통합 의료돌봄체계를 구축하여 건강보험재정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이 문제의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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