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안병정 기자] 의협이 대의원총회에서 원격의료에 대해 ‘일차 의료기관이 중심이 된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하고, 관련 사업에 대한 연구와 검토를 집행부가 주도해 나가도록 위임하는 안건을 채택했다. 마침내 원격의료 ‘수용’ 의지를 공개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의료계 내부적으로 완전한 합의를 이룬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번 결정은 의사 종주단체 대의기구인 의협대의원총회에서 내린 것이라 구속력이 있다고 보며, 현안 중의 현안인 만큼 집행부가 우선적으로 수임하여 그 책무를 다할 것을 기대한다.

사실 원격의료에 대해서는 지난 20년 넘게 논쟁이 이어졌으며, 근래 ICT기술이 발전하고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피할 수 없는 물결로 밀어닥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개원가의 반대가 워낙 커 진전을 이루지 못했는데, 지난 2년여 코로나 19 팬데믹 상황에서 ‘비대면’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인 흐름이 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이미 매스컴을 통해 알려져 있지만 원격의료는 이미 우리의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한 상황이다. 코로나의 역설이라고 할까. 팬데믹으로 한시적으로 도입한 원격의료 서비스에 지난 2년간 연인원 450만 명에 달하는 환자가 이용했다는 통계가 있고, 이를 통해 편리함을 경험한 이용자들의 요구가 끊이질 않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이 원격의료 플랫폼을 신산업으로 일으키고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어 정부도 국민의 요구와 산업계의 니즈에 맞춰 ‘원격의료 제도화’를 공언하고 있는 상태다.

이미 윤석열 대통령당선인은 후보자시절부터 ‘원격의료 도입’을 공약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비대면 진료를 정식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의료법 개정의 추진은 물론 그에 앞서 규제샌드박스 등 별도의 트랙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해 제도화 수순을 밟겠다고 한다.

이런 정황으로 보면 원격의료에 관한 한 국민과 정부, 관련 산업계의 합의는 이미 이뤄진 것이나 다름 없다. 관건은 의료계의 대응 내지는 수용여부였는데 의협대의기구에서 때를 놓치지 않고, ‘선제적인 대응’이라는 미명하에 '긍정 검토'로 방향을 잡았기에 퍽이나 다행스럽다.

물론 대의원회가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의협 의료정책연구소가 회원을 대상으로 벌인 인식조사에서 원격의료 반대여론이 과거 95% 이상 이었던 것이 60%대로 낮아졌고, 현재 한시적인 비대면 진료사업에 참여하는 회원들 사이에서도 원격의료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불식되고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 이상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고 본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 부터가 중요하다. ‘긍정 검토’라는 운만 띄워놓고 흐지부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원격의료 '참여' 내지는 '선도'로 방향을 튼 이상 의협차원의 TF를 조속히 만들어 제도화에 필요한 각론을 서둘러야한다.

그동안 원격의료에 대한 문제점이나 우려사항에 대해서는 상당부분 도출되어 있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원격진료의 찬반을 뛰어넘어 ‘어떤 제도를 확립할 것이냐’에 방점을 두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나갔으면 한다.

이미 의사회원 중에는 ‘원격진료’만 표방하여 개원 중인 사람도 있다. 이들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여 의료체계에 손상을 주거나 산업화에 악용되지 않는 제도를 설계한 뒤 정부 및 국회와 타협에 나섰으면 한다. 원격의료에 대한 논의와 제도화 준비는 바로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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