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발언 잘못 전달됐으나 조용히 넘어가자'
질질 끄는 몰루피라비르 긴급사용승인에 부담 작용한듯…땅에 떨어진 신뢰도는 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 특별법을 통해 <br>관련 품목을 더욱 신속하게 도입하는 근거를 마련했다. <br>이는 몰루피라비르에는 적용되지 않는 모양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 특별법을 통해
관련 품목을 더욱 신속하게 도입하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는 몰루피라비르에는 적용되지 않는 모양새다.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몰루피라비르 허가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식약처가 비용효과성을 본다는 대답을 해 업계의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

이와 관련 식약처는 의미가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했지만, 이를 바로 잡지 않겠다고 밝혀 더욱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최근 식약처는 대변인실을 통해 '몰루피라비르의 비용효과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강백원 식약처 대변인은 한 언론을 통해 "지금 팍스로비드도 남는 상황"이라며 "대체가능한 주사제, 항체치료제가 있는 만큼 기존 치료제가 커버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비용 대비 효과를 범정부 차원에서 따져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에서는 식약처가 구조적으로 비용효과성을 검토할 수 없는 부처임에도 불구, 이를 언급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식약처는 품목에 대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토하고 평가해 허가 심사를 하는 부처로, 비용효과성은 허가 이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민간 영역에서 이뤄지는 부분이다. 식약처가 업무 월권을 하고 있다고 인정하는 셈이다.

실제로 현대약품의 미프지미소 등 사회적으로 이슈가 있는 품목 등에 대해 식약처는 ‘안전성과 유효성만을 보고 허가를 판단하지, 그 이외의 것은 판단하지 않는다’고 답한 바 있다.

한 제약업체 약가 담당자는 김강립 처장이 복지부 출신이어서 비용효과성까지 보겠다는거냐고 비꼬며 앞으로 다른 약제도 식약처서 비용효과성을 검토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분명한 식약처의 월권”이라며 “평가 기능이 없는데 비용효과성을 본다는 말이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발언하는 과정에서 의미가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비용효과성이라고) 얘기한 건 아니”라면서 이러한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발언 수정 없이 ‘조용히 넘어가자’…이유는?

문제는 비용효과성 검토에 대한 발언을 수정하지 않겠다고 밝힌 점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굳이 대응하지 않았다”면서도 “식약처가 비용효과성을 보지 않는다는 내용을 밝히지 말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실이 아닌 부분을 바로잡겠다는 점에 대해 식약처가 나서서 사실이 아닌 점을 묵인하는 셈이다.

식약처는 “(식약처가 비용효과성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 국민들이 괜히 오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식약처의 태도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에 대한 대국민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다는 점을 설명해주는 한 단면이라고 설명한다.

코로나19 확진자 폭증과 방역시스템 붕괴, 대선 여파 등으로 정부 행정동력이 떨어지면서 최대한 메시지 전달을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초기 잘못된 정보를 발본색원해 바로 잡겠다는 분위기와는 상당히 결이 다르다.

이와 함께 식약처가 몰루피라비르 긴급사용승인을 질질 끌고 있다는 지적 때문에 몰루피라비르 언급 자체를 꺼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식약처는 몰루피라비르 긴급사용승인을 약 5개월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식약처는 한국MSD를 통해 몰루피라비르 긴급사용승인과 관련, 최근 보완 서류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코로나19 백신 도입이나 치료제 도입에 적극 나섰던 정부의 태도와는 사뭇 다르다.

당시 식약처는 국가출하승인을 신속하게 한다면서 별도의 정원까지 받아가며 백신·치료제 도입에 나선 바 있다. 이러한 모습은, 몰루피라비르에서는 보이질 않는다.

이러한 점까지 고려, 일각에서는 몰루피라비르의 허가 제지가 식약처가 아닌, 상부의 지시일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미 팍스로비드 사용 또한 점진적으로 사용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비슷한 기전인 몰루피라비르까지 시중에 유통시키는데 주저하고 있는 듯 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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