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안병정 기자] 대선이 불과 50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런 가운데 여야 후보들의 보건의료 관련 공약도 경쟁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졌지만 공공의대 설립과 공공 필수 의료인력 양성, 그리고 원격진료 활성화 방안 등이 여야 후보로부터 제시되었고, 탈모치료 건보적용이나 필수의료 국가 책임제와 같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와 관련된 공약도 나와 있다. 이것 말고도 국민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보건의료 공약이 한 둘 아니다.

안병정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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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각 후보자나 선거캠프는 이런 공약들을 생산하기까지 국민적 편익과 관심을 고려했을 것이며, 나름의 근거와 정당성을 따져봤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보건의료는 초 전문적이고, 제반 시책에 막대한 재정을 수반하기 때문에 공약을 확정하기 까지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되며, 그 만큼 깊이 있는 연구와 분석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는 대선 후보의 공약은 선거가 끝난 뒤 흐지부지 될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새 대통령은 공약이행 정도를 국정수행 능력의 잣대로 평가받기 마련이고, 그러다보면 공약이 좀 무리했다 싶어도 국민 앞에 약속한 사항이었기에 정책드라이브를 걸 수밖에 없다. 단적으로, 현 정부에서도 대통령 공약이었던 문재인 케어가 강행되어 지난 5년 내내 의료사회가 시끄러웠으며, 건강보험 재정 적립금도 큰 폭으로 감소해 중장기 건보재정안정화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그렇다고 건강보험 보장률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것도 아니다.

올해 대선을 앞두고도 지금까지 나온 여야 후보들의 보건의료 공약 또한 대부분 포퓰리즘에 가깝다는 지적을 받고 있으며, 의료계의 정서에 반하는 내용 일색이다.

이런 식으로 보건의료 공약이 설익거나 편향적으로 만들어진다면 종국에는 그 부담이 의료계에 지워질 것은 뻔하다. 결국 보건의료 공약은 국민건강과 직결된 문제이면서도 보건 의료계 입장에서는 업권이 걸린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보건의료 공약에 대한 의료계의 적극적인 대응이 중요하다. 물론 의협에서도 촉을 세우고 있다지만 겉으로 보기엔 조직적이지도 못하고 대응도 뜨뜻미지근해 보인다. 의협은 오래 전부터 정치세력화를 주창해 왔고, 이번 대선과 관련해서도 매니페스토를 구성하여 각 후보들의 보건의료 정책공약을 비교·분석하겠다고 했었는데 가시적인 활동이 잘 읽혀지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의료계를 패싱한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외면한다는 등의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정치권의 속성을 감안할 때 이런 상황을 수긍 못하는바 아니다. 그렇다고 선심성 공약으로 장차 의료인들의 직업전문성이 타격을 받을 일을 방임해서야 되겠는가.

각 정당의 대선공약은 지금 막바지 정리를 위한 단계에 있으며, 각계각층의 제안이나 자문도 계속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의료계도 물밑 작업을 한다고는 믿지만 열의를 더욱 불태웠으면 한다. 가능한 네트웍을 총동원하여 후보와 캠프에 보다 적극적으로 정책을 제안하고 의료계의 입장이 반영되도록 정치력을 발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동시에 지금까지 발표된 공약에 대해서는 철저히 검증하여 포퓰리즘을 견제하면서 국민들이 장미빛 공약에 현혹되지 않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여론을 조성하는데도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역할을 다했으면 한다.

이제 정책을 제안하거나 공약을 검증할 시간적 여유가 그리 많지 않다. 우물쭈물 하다 진짜 의료계만 패싱 당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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