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초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는 우리나라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 바이든 대통령 등 유수 국가들의 국가 원수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기후변화를 실감하게 하는 장면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기후변화협약 총회와 인연이 깊다.

1997년 대한민국이 국가부도위기에 빠져 IMF(국제통화기금)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이른바 ‘ IMF 사태’가 벌어진 그 해 12월에 일본 교토에서 열린 제3차 회의에 취재 차 첫 참가 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18차, 2011년)과 폴란드 바르샤바(20차, 2013년) 총회에도 현장 취재를 했다.

이정윤 편집부국장
이정윤 편집부국장

당시만 해도 기후변화를 다루는 각국의 대표들이 입에 거품을 물고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알리고 지구와 후손을 구하기 위해 뭔가 해야 한다는 눈물겨운 설파를 했지만 솔직히 과연 그렇까 하는 의구심도 생겼다.

그런 의구심은 이제 사라졌다. 잦은 홍수와 가뭄, 시도 때도 없는 한파와 폭서 등으로 국제사회는 이제 기후변화를 인정하기 시작했고 ‘탄소중립’으로 기후변화 차단에 나서고 있다.

탄소중립은 국제사회는 물론 우리 사회를 급변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탄소중립을 행하지 않으면 도덕적 손가락질을 받게 될 것이며 탄소중립을 지향하지 않은 산업은 성장할 수 없는 시대가 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를 감축한다고 선언했다.

발전, 산업, 건물, 수송, 농축수산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탄소배출을 줄여야 한다. 반대로 수소, 흡수원 등의 분야에서는 탄소를 대체하거나 흡수하게 돼 새로운 산업으로 부상할 것이다.

한마디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산업 등은 지고 탄소 배출을 안하거나 탄소 배출을 대체하거나 흡수하는 산업 등은 뜰 것이다.

우리 생활도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경유나 휘발유 등 전통적인 화석연료를 쓰는 자동차는 사라지고, 전기 또는 수소 차량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탄소배출이 많은 산업은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 '유통기한'이 ‘소비기한’으로 바뀌고 교육, 관광, 유통, 통신 등 모든 분야에서 탄소중립이 요구된다.

보건의료계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병원은 면연력이 떨어진 환자들이 치료받는 곳이라서 다른 업종에 비해 에너지 소비가 높다. 화장실 사용이 잦아 수돗물 사용량도 많다.

감염성이 높은 의료폐기물 발생량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이고 병원 내 감염도 우려를 낳는 형국이다.

음식쓰레기도 줄여야 하는 대상이고 전기를 적게 쓰는 수술 장비의 도입도 고민의 대상이다.

수술 도구를 겹겹이 싼 포장재도 가능하면 줄여야 하고 수많은 병원 건물도 에너지 소비를 고려한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

삼성서울병원은 친환경 ‘수열에너지’ 도입을 통해 냉난방 에너지 비용을 줄이는 계획을 추진중이고 서울아산병원 등 수많은 의료기관들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실천을 다짐하고 있다.

ESG의 종국적 목표도 탄소중립이다.

지난 9월 천주교 수원교구의 탄소중립 참여는 시사점이 많다. 2030년까지 수원교구 222개 본당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이제 보건의료계도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구체적인 계획과 행동이 필요한 때다.

탄소중립에는 예외가 없으며, 선택이 아니라 이제 필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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