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김영주 기자]효능이 입증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소식이 연일 화제이다. 미국 머크의 몰루피라비드는 임상 결과 입원이나 사망 확률을 절반이나 낮추는 것으로 나타나 임상완료 전에 긴급사용 승인이 전망되고 있다. 이외에 미국 화이자, 스위스 로슈 등도 연내 발매를 목표로 치료제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백신 접종만으론 바이러스 퇴치가 불가능하다는 깨달음은 함께 살아가며 ‘관리’ 하는 쪽(위드-코로나)으로 방향을 선회토록 했고 효능이 증명된 경구치료제 개발은 위드-코로나 시대를 촉진하며 위드-코로나 시대의 당위성을 입증할 계기가 될 전망이다.

김영주 부국장
김영주 부국장

외국에서의 치료제 개발소식을 반기면서 우리의 관심은 수많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고, 다수의 임상 진행소식을 알려왔던 바 이제 결실을 맺을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기대감속에 자연스럽게 국내 상황으로 향한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얘기해서 ‘아직’ 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긍정적 가능성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 산업계 내의 냉정한 평가이다. 임상을 통해 확인하고자 한 효과를 입증한 후보물질은 거의 없었고, 이른 시일 내 허가단계에 도달할 유망주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치료제의 경우 발매시기도 중요한 경쟁요인 중 하나인데 앞서 거론한 글로벌 신약후보군들에게 뒤쳐질 경우 설혹 허가를 얻는다 해도 경쟁력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코로나 치료제 개발은 개발비용, 개발기간 등을 고려할 때 ‘약물재창출’ 방식에 주로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유사 바이러스에 대한 효능 및 안전성이 입증된 기존 약물을 코로나치료제로 개발하는 것은 비용 등에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던 국내 기업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지였다. 이번에 성공적 개발소식을 전한 코로나치료제 후보군들이 비임상, 임상 등 정상적 신약개발 과정을 밟았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야 하는 얘기지만 국내 신약개발을 주도해온 유한양행,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등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처음부터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 제약회사로서 당연히 나서야 하지 않느냐는 주위의 따가운 눈초리에 초창기 잠깐 검토했다가 바로 거둬들였다. 이들 기업들의 결론은 개별 기업이 나서기에는 비용이나 기간 등을 고려할 때 개발에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코로나의 자만 언급돼도 주가가 천정부지로 뛸 때였다.

이렇게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고 해서 부진한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 대한 제약기업들의 책임이 면해지진 않는다. 국민여론의 적극적인 성원과 지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반성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국민의 높은 기대감에 기대어 과욕을 부리며 스스로의 이득을 탐한 경우는 없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제약계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가시적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는 점에서 제약계 종사자로서 유구무언”이라면서 “차제에 기업들은 자신의 현주소를 냉철히 돌아보고 발상전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기업은 물론이지만 정부도 부진한 현 상황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인 미국의 경우 기업에 대한 조 단위의 비용 지원과 함께 신속허가 등 전폭적인 정책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반면 우리의 경우 정부는 ‘적극 지원’을 입에 달고 다니면서도 실제로는 ‘찔끔 지원’에 머무르며 변죽만 울렸다는 것이 산업계의 볼멘소리 이다. 아직까지 선진국에 비해 R&D투자여력이 크게 부족한 우리 현실에서 이번과 같은 국가 비상상황에선 미국과 같은 특단의 정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산업계의 하나된 목소리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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