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주체적 해결 통한 영향력 강조…자율징계 · 전문과목 영역준수 등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의사 등 의료인들이 주체적으로 내부 과제를 해결해 힘을 길러야 현행 보건의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정부/제도권에 의존하게 되면 계속해서 의료인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의료체계가 변화된다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이사장은 지난 25일 열린 한국보건의료포럼에 참석해 ‘한국 보건의료의 미래’를 주제로 진행한 특강에서 보건의료 전문인 역할의 중요성을 이같이 피력했다.

김용익 이사장은 “한국의 메디컬 프로페셔널리즘(의료전문주의)가 처한 구조는 정부와 의료자본에 의한 이중적 지배에 놓여져 있다”라며 “관료와 의료자본의 잘못은 모두 의료행위에 의해 나타나는데 프론트라인인 의사들이 모든 비난의 덤터기를 쓰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조정의 역할보다는 주로 개입의 방식으로 관여하는데, 제도 뿐 아니라 의료행위에도 개입하는데, 의료인은 모든 결정을 정치와 관료에 의존하는 동시에 모든 잘못의 책임을 정부에게 미루기도 한다”면서 “병원의 민간자본 역시 상당한 의료행위에 개입하는데 서구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에 대해 의료인이 저항하지 않는데 이는 Clinical freedom의 자발적 포기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의료인이 구조상 관료권력과 의료자본, 환자 사이에 끼어있는 존재로 진단했지만, 동시에 의료인들이 반대로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핵심적인 위치에 있기도 한데, 이를 발휘하고 있지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의료전문주의(Medical professionalism)가 처한 구조(출처: 김용익 이사장 발표자료)
한국의 의료전문주의(Medical professionalism)가 처한 구조(출처: 김용익 이사장 발표자료)

김용익 이사장은 “보건의료 전문직은 한국 의료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 요인으로, 특히 의사들이 한국의 의료전문주의를 제대로 구축하고 의료제도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주체가 돼야 한다”라며 “한꺼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흐름을 만들어가는 움직임이 시작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중요하고 비교적 쉬운 문제로는 △의료인 내부 과제 △합리적 진료 △의료전달체계 3가지 영역이 제시됐다.

‘의료인 내부 과제’로는 전문과목 간 영역준수, 전문의 수급, 병원과 의원의 전문의 재분포 등 문제들이 의료계 자체적인 조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제안이다.

또한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간 업무 조정이나 의사-한의사 관계 등도 정부에 의질하지 않고 내부 해결해야만 보건의료 전문인으로서의 힘을 가질 수 있다는 것.

‘합리적 진료’에 대해서도 허위 청구에 대한 자율적인 징계와 사무장병원 자체 단속, 과잉진료 자정을 통한 비급여 축소 등으로 재정을 절감하고 급여확대에 재활용해 올바른 의료이용 정착에 주도적 참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이사장은 “부당·허위 청구의 문제는 건보공단 또는 심평원과 의사의 문제가 아니라 부정행위를 한 문제이기 때문에 의사가 자율징계를 해야한다. 자율적으로 제대로 징계하지 못하면서 자율성을 주장할 수 있겠는가”라며 “사무장병원 문제도 옆 동네의 사무장병원을 뻔히 알면서도 이를 건드리지 않는 것은 정말 옳은 일인가” 물었다.

‘의료전달체계’와 관련해서는 병원과 의원이 자율적 합의를 만드는 것이 최선이라고 보면서, 각 지방별로 2차, 3차병원과 의원이 자율적으로 ‘의료 생태계’를 구성하는 한편, 일정한 공공의료 강화와 민간의료기관과의 기능연계 등을 이룰 수 있다고 밝혔다.

김용익 이사장은 “환자 의료이용을 바로잡는 역할도 의사가 해야한다. 건보공단이 캠페인을 한다고 얼마나 바로잡히겠는가”라고 의사역할을 강조하면서 “의료전달체계도 관료가 정하기 보다 의사들끼리 병원·의원과의 협정을 통한 조정이 중요한 문제”라고 짚었다.

이와 함께 “공공의료 문제도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공공병원과 민간병원 관계설정을 스스로 하고, 동네마다 자리잡을 수 있는 생태계조성을 해야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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