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협 회장, 비대면 활용 가난한 나라 질환 인식제고‧치료활성화 선봉
“국내 간염관리 의료계‧국민‧시스템 성공적…이제 해외로 눈길 돌릴 때”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국제간학회가 가난한 나라의 간질환 치료 활성화로 방향성을 재정립하고, 미국‧유럽학회와 다른 길을 걸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의학신문·일간보사는 최근 국제간학회(The 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the Study of the Liver, IASL) 한광협 제26대 회장을 만나 국제간학회 성과와 향후 방향을 조명했다.

한광협 회장<사진·한국보건의료연구원장>은 2019년 7월 한국인 최초로 국제간학회장으로 취임해 2년간 학회를 이끌어왔으며, 지난 16~18일 온라인 국제학술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이달 임기를 마무리한다. 한 회장은 임기 이후에도 전임 회장으로서 마르쿠스 펙(오스트리아) 27대 회장을 도와 국제간학회를 함께 이끌어 나갈 계획이다.

1958년 시작된 국제간학회(IASL)는 간 질환 분야의 교과서 집필로 명망이 높은 영국 에딘버그 대학교 셰일라 셜록 교수가 초대회장을 맡아 간담도 질환의 예방 및 치료, 연구 토대를 마련하는데 노력해왔다.

특히 국제학회 참여 기회가 적은 국가들의 의사와 연구자들을 지원해 간 질환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치료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돕는 데 노력해 왔는데, 이를 국제간학회의 향후 활동의 핵심으로 재정립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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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회장은 “국제간학회를 처음 맡았을 때는 존폐를 논의할 정도로 학회 활동이 위축된 상황이었다. 간학회 관련 효시라고 할 수 있는 국제간학회는 초기 활발히 활동했으나 미국과 유럽, 아시아-태평양 간학회 등 각 지역 학회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국제간학회의 역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었다”라고 회고했다.

이에 “의학자들은 누구나 최신의 지견을 원하고 있는데, 아직도 세계 많은 곳들은 최신의 최고의 효과 이상으로 비용대비 효과가 절실하다. 당장 세계학회들에 대한 비싼 등록비로 가난한 나라 의사들은 벽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며 “보편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의료행위에 대해 교육하는 것이 결국 우리의 방향이라는 점을 다시 잡았다”라고 강조했다.

한 회장은 “이러한 방향성을 잡는 데는 한국에서의 경험이 주효했다”며 “(현대사회 이후) 계속해서 잘 살았던 미국‧유럽에 비해 한국은 가난한 나라의 시행착오와 경험이 있어 어느 나라보다 이해도가 높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코로나19 세계적 유행(Pandemic) 상황에서 간염의 세계적 위험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광협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감염자가 1억 9000만명, 사망자가 400만명으로 짧은 기간 큰 피해를 내고 있지만, B형간염‧C형간염에 감염된 전 세계 환자도 3억명을 넘으며 사망자는 매년 100만명씩 발생하고 있을 정도로 위험성을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에서는 B형간염, 중동에서는 C형간염이 심각한 상황으로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4개 만성 감염성질환으로 결핵‧말라리아‧HIV에 이어 간염을 지정했으며, 2030년까지 B형간염과 C형간염 신규발생자를 90%, 사망자를 1/3로 줄인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B형간염‧C형간염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예방과 조기진단으로 B형간염과 C형간염은 오랜 기간 방치하면, 간경변에서 간암으로 30~40년간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에 조기진단과 예방에 충분한 시간이 있음에도 이를 놓치면 매우 위험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간학회는 교육을 위한 합동 회의(Joint meeting)를 활성화하는 방안으로 활동방향을 잡았다.

코로나19의 전화위복, 비대면 회의로 의학 지식 전 세계 전파

한광협 회장은 코로나로 인해 2020년 2월 미얀마에서 진행한 국제학회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대면행사가 됐는데, 전화위복으로 비대면 회의의 중요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전 세계에 중요한 의학적 지식을 골고루 전파할 수 있는 기회가 됐기 때문에 이번 온라인 국제학술대회도 무료등록과 함게 발표 내용을 홈페이지에 공개해 공공의료 측면을 강화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또한 지난해 6월 비대면 온라인을 활용한 이집트와의 조인트 미팅에서는 3000명이 넘는 회원들이 참여해 성황리에 마무리되기도 했다.

한 회장은 “비대면 교육은 비행기값, 강의료 등 상당한 비용을 절감하면서 어려운 나라들의 학회 부담을 최소활 수 있는 강점이 있다”라며 “전통이란 답습이 아닌 시작 시점의 용기와 정신을 갖고 시대의 요구를 따라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비대면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한간학회의 충분한 성장, 국제 활동 ‘동반자’ 역할 필요 시점”

한편 대한간학회 등 국내 학회에 대해서는 교류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한 성장을 거쳤기 때문에 이끌어줄 대상이 아닌 국제 활동의 ‘동반자’로서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한광협 회장은 “이번 국제학술대회에서도 대한간암학회와 공동세션을 진행했다”며 “국내 간학회는 이미 잘 하고 있기 때문에 최근 한국이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를 확실히 한 것처럼 의료 영역에서도 배우는 입장에서 가르치는 입장이 됐다”고 짚었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의료계에 작은 의사는 병을 고치고, 평범한 의사는 사람을 고치고, 큰 의사는 나라를 고친다는 말이 있다. 물론 눈앞의 환자를 치료하는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면서도 “이와 함께 우리는 코로나19를 통해 제도문제나 사회문제 해결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 다른 나라에 대한 관심을 내 일이 아니라고 외면할 수는 없다. 내 환자 뿐 아니라 다른 환자의 문제에도 보건의료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전 세계가 함께 건강해지는 것이 우리를 위한 길”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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