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대한혈액학회 다발골수종연구회 위원장

<삼성서울병원 교수>

[의학신문·일간보사] 다발골수종은 면역 단백을 분비하는 백혈구의 일종인 형질세포가 골수에서 비정상적으로 증식하여 발생하는 혈액암의 일종으로 전신의 뼈침범, 빈혈, 고칼슘혈증, 신부전, 그리고 면역기능저하로 인한 감염 등이 특징이다.

과거에는 진단이 어렵고, 효과적인 치료가 부족하며, 질환에 대한 인식도 낮아서 희귀난치질환의 하나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진단 기술의 발전과 고령화로 매년 새로이 진단되는 환자가 급격하게 증가되었고, 2020년에는 국내에서 약 1900여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여 두 번째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대표적인 혈액암이 되었다. 그러나, 급성 백혈병이나 림프종에 비교하면, 여전히 일반 국민에게는 낯선 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우선 다발골수종의 치료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형암은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항암치료를 통하여 완치를 추구하고 통상적으로 5년이 지나면 완치 판정을 한다는 것이 일반인의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 다발골수종은 최근 많은 치료제의 개발로 치료 성적이 향상되었고 일부 환자들이 재발없이 장기간 생존하여 완치를 기대해 볼 수도 있으나 대부분의 환자들에서는 재발을 경험하게 된다.

따라서 완치보다는 항암치료를 통하여 생존기간을 최대한 연장시키는 것을 치료의 목적으로 한다. 그렇지만 완치라는 표현을 쓰지 못하더라도 최근 효과적인 치료제들이 많이 개발되어 치료성적 특히 생존기간이 과거에 비해 많이 길어졌고 계속해서 새로운 약제가 개발되고 있어 향후에도 지속적인 생존기간의 향상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실례로 과거 20년 전 알킬화제나 스테로이드를 이용한 고식적인 항암치료만을 받았을 때는 평균생존기간이 2-3년에 불과하였으나 2000년 이후 탈리도마이드, 레날리도마이드, 포말리도마이로 대표되는 면역조절제제, 보르테조밉, 카필조밉, 익사조밉 등 프로테아좀 억제제, 그리고 다라투무맙, 이사툭시맙 등 단클론항체가 개발되어 치료에 도입되면서 최근 10년사이에는 평균 생존기간이 6-7년, 미국의 경우에는 10년에 가까울 정도로 연장되었다.

또한 전체 환자의 10~15%를 차지하는 예후가 좋은 환자의 경우에는 10년이상 장기 생존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국외에서 재발 또는 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활발히 임상시험을 진행중이고, 좋은 결과를 보고하고 있는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를 비롯한 면역세포치료제의 임상 시험도 시작되었으며 향후 국내에도 치료제로 도입된다면 다발골수종의 치료 결과는 더욱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간의 치료를 요하고 노인에서 빈발하는 다발 골수종의 특성상 치료에 있어서 가족의 역할은어떤 다른 질환 보다 중요하다. 처음 진단받았을 때, 그리고 재발 시에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어 하며, 쉽게 좌절하기도 한다. 이 때 가족들의 굳건한 지지는 환자가 골수종과의 싸움에 든든한 지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장기간의 치료, 그리고 잦은 입원, 경제적인 부담으로 환자를 돌보는 가족도 정서적, 육체적, 경제적인 어려움을 경험하기 때문에 이를 도울 수 있는 사회적인 지원도 절실하다.

가족들을 정서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제도 또한 꼭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보험 등의 문제로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없도록 정부의 관심과 보험제도의 개선도 필요하다.

3월 30일은 ‘세계 골수종의 날’이다. 2016년 국제골수종재단(International Myeloma Foundation, IMF)이 다발골수종 환자, 환자의 보호자 및 가족과 의료진을 대상으로 골수종 질환의 인지도를 제고하기 위해 제정한 날로, 국내에서도 대한혈액학회 다발골수종연구회와 혈액암협회가 다양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환자와 가족들 그리고 의료진은 늘 골수종과 싸워 나가고 있지만 평소에 이에 대해서 생소했던 사람들도 이 날을 계기로 다발 골수종이 어떤 병이고 이 환자들에 대해 사회에서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이 더욱 높아지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