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의학신문 ]세상에서 가장 슬픈 병으로 꼽히는 치매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보존의 싸움’이다. 인지기능이 나날이 더 나빠지는 상황에서 현재의 상태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치료이기 때문이다.

여천전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태완 부장

치매는 중증으로 진행될수록 환자의 인지기능 및 일상생활 수행능력이 저하되어, 환자 스스로 독립적인 생활이 어려워지고 가족의 부양 부담이 증가한다.

따라서 현재 의료계에서는 ‘치매 조기발견을 통한 조기 치료’, 나아가 ‘치매 예방’에 중점을 두고 있다.

치매 환자에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은 기억력 장애를 비롯해 지남력 장애, 언어능력 장애, 시공간 능력 장애, 실행능력 장애, 판단력 장애 등이 있다.

그러나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증상은 망상과 의심, 환각과 착각, 공격성, 우울증, 수면장애 등을 포함한 정신행동증상(Behavioral and Psychological Symptoms of Dementia, 이하 BPSD)이다.

정신행동증상은 치매 환자의 절반 이상이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전문 요양 시설에 거주하는 치매 환자의 약 70~95%, 가정에서 치료받는 환자의 60%가 경험한다는 보고가 있다.

BPSD가 심각해지면 보호자가 환자를 24시간 보살펴야 하므로 환자와의 관계가 악화될 뿐 아니라 삶의 질마저 급격히 하락한다.

이 때문에 BPSD는 치매 환자의 보호자가 환자를 요양시설에 위탁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된다.

그러나 BPSD 의 경우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하게 치료하면 인지기능 치료보다 반응이 우수하며, 치매 환자 및 보호자의 삶의 질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대표적인 치매 약물인 도네페질은 위약군 대비 인지기능 측면에서의 개선, 일상생활 수행 능력 유지·효과와 함께 정신행동증상 개선 효과를 확인한 바 있다.

치매의 진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BPSD는 종류와 양상이 다양하게 변화하기 때문에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적절한 약물을 선택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환청, 망상 등의 정신병적 증상, 불안, 초조, 공격성, 불면증 등은 약물치료에 비교적 잘 반응하므로 해당 증상으로 인해 고통받는 환자나 환자 가족은 전문의와 상담을 진행하면 좋다.

치매 환자의 BPSD는 환자와 환자 가족, 의료진이 치료 과정에서 함께 개선해나가야 할 과제이며, 동시에 치매 치료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일부 환자의 경우 인지기능 저하보다 BPSD가 먼저 나타나 치매 조기 발견의 계기가 되기도 하며, 이 외에도 치매 치료 과정에서 치매 진행의 예후 인자로도 활용될 수 있다.

특히 망상이나 환각을 보이는 환자의 경우 인지기능이 빠르게 감퇴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의료진과 환자 가족들은 환자의 치매 악화 속도가 빠를 것을 예측하고 중증 치매 등 최악의 상황에 대해 미리 대비할 수 있다.

치매는 여전히 정복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는 질환이기는 하나 국내외 많은 제약사와 연구진들이 도전하고 있기에 희망이 남아있는 질환이기도 하다.

치매의 진행 속도를 최대한 늦춰 환자의 기능을 가능한 최선의 상태로 유지한다면 향후 새로운 치료 약제가 나왔을 때 좀더 많은 치료의 기회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현재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와 환자 가족 모두 희망을 잃지 않고 치료에 꾸준히 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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