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진단코드 신설·아동학대 전문의료진 통한 일차의료기관 상담 등 다양한 방안 제안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정인이 사건’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의료계 전문가들은 아동학대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신고의무자인 의료인에 대한 신변보호와 교육, 지원으로 아동학대 판단 수준과 신고율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와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24일 오전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보건의료시스템,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의료인의 낮은 아동학대 신고율에 대한 제고방안, 아동학대 초기 발견을 위한 선별도구 개발 및 확대적용방안, 학대피해 아동의 사후 건강관리 등이 전문가들로부터 제시됐다.

발제에 나선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곽영호 교수는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인 의료인 신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신고자의 신변과 안전보장이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신고율 제고 및 아동학대 조기발견 및 추적을 위해서 의무기록 진단서를 통해 아동학대를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곽 교수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학대를 가리키는 진단코드가 있어 진단서에 표시가 가능하다. 이를 국내에 도입해 의사가 기입하면 공무원이 발견해 개입함으로써, 의료인을 보호하고 아동학대 조기발견도 가능하다고 곽 교수는 주장했다. 또한 곽 교수는 아동복지법에 근거해 아동학대 전담의료기관을 지정할 것을 주장했다.

이어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박미란 교수는 “일차의료기관 의료진은 심각한 학대로 인한 신체적 손상이 발생하기 이전에 표지손상 등을 통해 학대 아동을 발견할 수 있다”면서도 “하루에 수십명의 환자를 진료하는 일차의료기관의 의사가 어떤 가이드라인에 의거해 판단하고 진료중간에 신고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일차의료기관 의료진을 위한 임상예측방법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면서 “또한 신고를 장려하기 위한 일차의료기관 의료진을 보호하고 도움 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아동학대 전문의료진 및 아동보호전문기관을 병원마다 배정해서 애매한 부분에 대해 상의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제안했다.

또한 박 교수는 "외국의 사례처럼 학대 아동의 진료 이력이나 신고 이력에 대한 의료기관 간의 정보 공유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박 교수는 미국에서 사용하는 아동학대 임상예측법인 TEN-4를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4세까지 연령에서 등, 귀, 목 의 멍이 관찰되는 경우 무조건 신고해야하며, 4세 이상 아동의 경우 멍이 들기 어려운 부위에 멍이 발견될 경우 신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차의료기관 의사들에게 방임 및 신체적 학대가 예상되는 보호자에 대한 교육권한을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배기수 교수는 학대아동의 사후 건강관리체계에 대해 조언했다. 배 교수는 “아동학대를 받으면 그 후유증이 크다”면서 “국가생애주기성 성장발달 지원에 의학적 전문성 보강, 아동학대 피해아동의 건강지원을 위한 장기대책 수립, 학대피해아동의 의료지원을 위한 국가책임 강화 등 다양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배 교수는 피해아동의 치료보장을 위한 특화병원 지정 및 예산지원도 실시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 성종호 정책이사는 ▲아동의 보호자 교육시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를 부여할 것 ▲대형병원부터 일차의료기관까지 협업을 통한 아동학대 방지 모델 마련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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