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위원 타당성 인정…기재부 상비약 품목확대·형평성 지적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 공공심야약국에 대한 예산지원 입법화가 발의된 가운데, 복지위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도 전에 찬반 양론으로 갈라져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지난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된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 대표발의한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심야시간대 및 공휴일에 운영하는 심야약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국가 또는 지자체가 예산의 범위에서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우선 국회 전문위원실은 공공심야약국 입법지원에 손을 들어줬다.

홍영선 수석전문위원은 “개정안이 심야약국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예산 지원을 입법화해 소비자들의 의약품 접근성을 제고하고, 의약품의 오‧남용을 방지하고자 하는 입법취지에 공감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2012년 11월부터 심야·공휴일 등에 긴급한 의약품을 구입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의약품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안전상비의약품 제도가 도입돼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에서 13개 품목의 안전상비약이 판매되고 있으나, 안전상비의약품은 사용자 스스로 판단하여 사용할 만큼 가벼운 증상에 사용하는 의약품에 한정돼 있다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홍 수석전문위원은 “따라서 심야시간대나 공휴일에 안전상비약으로 증세를 완화할 수 없는 경증·비응급 질환이 발생하게 될 경우, 약사의 복약지도가 가능한 심야약국 방문을 통해 지역주민의 일반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며 “심야약국의 운영·지원 여부 및 규모, 구체적 운영방식 등은 해당 지역의 구체적 특성을 고려해 결정할 사항으로 판단되고, 특히 이용자 편의를 위한 취지를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가 병행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관계 부처 및 관련단체들은 해당 개정안을 두고 첨예한 대립각이 세워졌다.

우선 보건복지부는 “심야약국을 지정하고, 그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일부 지원할 수 있도록 해 취약시간대에 경증·비응급 질환자의 의약품 구입을 용이하게 하고자 하는 입법 취지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대한약사회 역시 “현재 편의점 등에서는 감기, 두통 등 가벼운 증상과 관련한 13개 품목의 안전상비의약품만 구입이 가능한 바, 보다 중한 증상의 환자가 발생한 경우 약국이 아닌 응급실을 방문함에 따라 응급실 과밀화와 과도한 의료비 부담이 문제가 되고 있다”며 “심야약국을 통해 전문적인 약료서비스가 제공된다면 야간 및 휴일의 진료 공백 현상 해소에 기여할 수 있고, 적정한 복약상담으로 의약품 오남용 예방의 효과 또한 기대된다”고 찬성했다.

이미 상당수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례 제정 등을 통해 공공심야약국이 도입되어 지역주민들로부터 매우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바, 심야약국 운영 활성화 및 대국민 보건의료 복지서비스 향상을 위해 개정안은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산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신중검토라며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기재부는 “심야약국 지정‧운영은 지역주민의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 제고 및 불요‧불급한 응급실 이용 감소 따른 사회적 비용 절감효과 등에 따라, 현재에도 지자체에서 조례에 따라 자체적으로 운영 중”이라며 “다만 민간 보건의료기관에 대한 국고지원을 위해서는 제도도입의 시급성, 불가피성 등의 측면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심야약국을 운영하더라도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 등에 대해서는 의약품 구입이 불가능한 점 등 실효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기재부는 “약국 외 판매가 가능한 안전상비의약품 품목을 확대하는 방안 등 의약품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조치가 선행된 이후 검토해야 한다”며 “심야약국에 대한 재정지원 시에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야간진료시에도 동일한 지원요청이 제기될 수 있는 등 여타기관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야기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전라북도도 비용지원에 있어 수용이 곤란하다며 “국민 보건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심야약국을 운영하는 것이라면 필요한 비용을 일부 지원해 심야약국을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금 없이 자율적으로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며 “지자체마다 지역실정과 예산 확보가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은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안전상비약은 일반의약품 중 환자가 스스로 판단해 사용할 만큼 가벼운 증상에 사용하는 의약품(진통, 해열 등)으로 증상이 완화되지 않는 경우는 의사의 진단에 따른 적절한 처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경증‧비응급질환의 진단을 심야약국 약사가 하는 것은 현행법상 무면허의료행위이며, 국민 편의를 이유로 응급 처치의 시기를 놓쳐 환자의 생명이 위협 받을 수 있으므로, 심야 약국 운영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의협은 “개정안과 같이 접근성을 이유로 응급실 대신 심야 약국을 운영하더라도 약사는 진료 행위를 할 수 없는바, 일반 상비약을 구매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심야 시간의 국민들의 불편함을 해소시키기를 원한다면, 약국이 아닌 일차의료기관을 지원해 심야의료기관을 운영하도록 하고, 원내 조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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