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지난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따라 각국에서 백신 확보를 위한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여왔고, 우리나라도 5천 6백만 명이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을 확보한 상황이다.

추무진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이사장

지난해 12월 8일 영국에서 90세 할머니의 첫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으로, 6일 후 미국에서도 뉴욕 간호사가 첫 접종을 시작한 이래 각국의 상황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해 접종을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월 말부터 고위험 의료기관 종사자와 요양병원 및 시설 거주 고령자를 대상으로 접종을 시작한다고 밝혀 코로나19 팬데믹 연내 종식에 대한 기대감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중저소득국가들은 백신 확보 경쟁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세계 인구의 25%는 2022년까지도 접종을 하지 못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물론 코로나19 백신을 전 세계에 공정하게 배분하기 위한 협력체 ‘코백스(COVAX)’를 운영하고 있는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은 북한을 비롯한 저소득 92개국 중 86개국으로부터 백신 요청을 받아 신청국가 인구의 최대 20%에 대한 백신 공급을 목표로 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는 집단 면역을 형성하기 위한 물량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같이 ‘코로나19’ 백신에 있어 소외되고 있는 것은 국가뿐만 아니다. 백신 접종에서도 각국에 가려진 이웃들은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 자문그룹에 따르면 백신 확보량에 따라 코로나19 진료 의료인, 노약자, 만성질환자, 노숙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 교사, 경찰 등 대민 공무원, 임산부, 군인 등 집단 거주자 순으로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현재 개발돼 긴급 사용승인을 받은 백신은 모두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임상연구를 진행했기 때문에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추가 임상연구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사실상 우선 접종 대상에서 소아청소년이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질병관리청장이 밝힌 최우선 대상자인 의료시스템 보호를 위한 의료기관종사자와 사망자가 많이 발생하는 요양병원, 시설의 고령자 접종 이후의 순서는 각 학회와 지자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확정한다고 한다.

하지만 중저소득국가에 머물고 있는 우리 국민과 재외동포, 그리고 전국 각 대학에 공부하러 와있는 외국인 유학생, 각 기관에 와 있는 해외 연수생,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를 포함한 외국인 근로자 등에 대한 접종 필요성을 언급한 보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혹자는 우리도 힘든데 이들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이들은 우리나라 경제에 기여, 선진 교육을 받고자 어려움을 감수하고라도 입국했으나 코로나19 발병 초기부터 다양한 차별을 받았고, 제한된 숙소에서 숨죽이고 고립된 생활로 기본적인 인권조차 위협받고 있다. 이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감염병,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신종감염병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이미 우리 국민도 같은 이유로 백신을 접종하는 선례가 있다. 주한 미군이 지난해 말 미육군병원 근무 한국인에게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같은 공간에서 밀접하게 접촉하는 한국인들의 면역 형성이 바로 미군의 건강도 지킬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국내에서는 사용승인이 난 백신이 아직 없다는 점을 고려해 자발적 접종과 이상 발생 시 미군 병원에서 치료, 그리고 추후 미 보건부의 보상 프로그램을 통해 인과관계 입증을 전제로 피해보상 제기가 가능하다는 조건으로 허용했다.

우리도 ‘소외되고 가려진 이웃’에게 자발적인 접종 권유, 접종 후 부작용 발생 시 공공의료기관을 통한 치료 제공, 인과 관계가 입증될 경우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피해보상 제기가 가능하도록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집단 면역을 형성하고도 남을 만큼의 양의 백신이 확보돼 있으므로 이 땅에 와 있는 외국인 유학생, 연수생, 근로자 등, 그리고 나아가 재외국민과 재외동포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한 논의와 국민적 합의를 통해 지금 진행되고 있는 백신 접종 순위에 이들도 포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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