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김영주 기자]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약 4년전 취임 기자회견에서 제약바이오산업을 질병과의 전쟁을 이끄는 ‘병참기지’라고 정의했다. 최전선의 병사들에게 전시 물품을 보급하는 병참기지의 중요성은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다. 원 회장은 더 나아가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먹거리산업이 또한 제약바이오산업이며 따라서 ‘제약산업=국민산업’이라고 명명했다. ‘전쟁’ ‘병참기지’ 같은 단어는 산업계에서 흔히 쓰이는 용어가 아니다. 생경했지만, 대한약사회장을 연임하고 국회 보건복지위원까지 지냈던 신임 회장의 열정 정도로 이해됐다.

김영주 부국장

그러나 원 회장의 이같은 취임 일성은 이후에 마치 예언처럼 현실로 다가왔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온 인류가 코로나19라는 질병과 참혹한 전투를 벌이고 있고, 제약바이오산업계는 ‘병참기지’로서 치료제와 백신이라는 유용한 전쟁 물자를 제공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만일 병참기지가 무너지면 이는 전쟁의 패배로 이어지고, 나라가 망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고 할수 있다. 범국가적으로 나서 산업의 존립과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교훈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제약산업=국민산업’이라는 구호가 이젠 전혀 낯설지 않게 되었다.

2021년 새해 코로나19 국면에서 제약바이오산업은 국민들의 ‘기댈 언덕’이 되고 있다. 백신과 치료제 없이는 이 혹독한 전쟁을 끝낼 수 없고,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기 위해선 특히 국내 산업계가 분발해야 한다. 물론 외국 제약사들의 백신 등 개발에 기댈 수는 있으나 우리 국민에게 혜택이 가기까지 엄청난 비용과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감수해야 한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기다리는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제약·바이오업계는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성공할 경우 일약 ‘글로벌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기대를 안고 제품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더욱 고무적인 부분은 산업 현장의 노력을 약사 사회, 의약품 유통업계가 적극적으로 성원하고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여론의 호응과 정부의 보다 적극적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특히 연관 업계의 도움이 절실한 마당에 대한약사회, 한국의약품유통협회가 ‘백신주권’ ‘제약강국’을 외치며 산업계의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고 있는 것.

지난 7일, 대한약사회, 한국의약품유통협회,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등 약업계 단체장들과 보건복지부 강도태 보건복지부 제2차관 등 정부 관계자들이 함께한 약업계 신년교례회의 슬로건이 ‘코로나19 극복’ ‘제약강국’ 이었다.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개발을 통해 질병을 극복하고 제약강국으로 거듭 나자는 데 의기투합한 것이다. 아무리 약업계로 함께 묶기는 관계지만 한 분야의 발전을 드러내놓고(?) 지원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되돌아보면 최근 몇 년 동안 약업 3단체의 공조는 유난하다. 과거 이해관계에 따라 얼굴 붉히는 일도 종종 있었는데 김대업(약사회)-조선혜(유통협회)-원희목(제약바이오협회) 회장 등 트리오 체제 구축 후 다툼과 반목의 자리를 협업과 격려, 존중이 대신하고 있다. 각 단체장 면면이 작은 이득에 연연하기 보다는 거시적 안목에서의 발전방향에 가치를 두는 성향인 데다 약사출신이라는 공통점에 업계 내에 익히 알려진 ‘각별한 관계‘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풀이이다.

이들 트리오는 새해 시즌Ⅱ의 개막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유통협회 조선혜 회장은 단독 출마로 재선이 확정된 상태이고, 제약바이오협회 원희목 회장도 재선이 점쳐진다. 올해 2월말 임기만료 되지만 이사장단 특별결의로 재추대가 가능하고, 원 회장 외 차기회장으로 거론되는 후보자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김대업 약사회장의 경우 아직 잔여 임기 1년이 남아있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괴물과 싸워 이기려면 무엇보다 국민 건강 최전선에 서있는 이들의 연대와 협력, 호흡이 중요하다, 지난해 ‘의약품 긴급구호 네트워크’를 가동, 국가적 재난 현장을 찾아 국민들의 눈물을 씻어주었던 ‘환상 호흡의 3각 동맹’이 올해 시즌Ⅱ에서도 멋진 팀웍을 통해 보건안보의 새로운 역사를 써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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