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담 유형준 교수의 의사 문인 열전<17>

[의학신문·일간보사] 《타임》은 올해 지난 1세기 동안 연도별로 한 명씩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백 명을 선정 발표하면서, 나왈 엘 사다위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이집트의 정신과 의사, 페미니스트, 소설가 나왈 엘 사다위(Nawal El Saadawi)는 교도소에서 다시 태어났다. 페미니즘에 관해 쓴 『여성과 성』으로 그녀는 이집트에서 여성의 권리에 대한 두려움 없는 논평가로서의 명성을 굳혔다. 1981년, 여성 할례에 대한 비판을 비롯한 노골적인 견해로 반국가 혐의로 투옥되었다. 엘 사다위의 글은 정치권력과 가부장제 사이의 연관성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교도소에서 글쓰기가 금지되자 그녀는 눈썹연필과 화장지를 사용하여 자신의 경험에 관해 썼다. 1983년에 출간된 『여성 교도소 회고록』은 아랍 세계에서 여성 해방에 대한 담론 형성과 지속적 운동의 기초가 되었다.”

나왈 엘 사다위. (출처: quotationof.com)

엘 사다위는 1931년 카이로 외곽의 작은 마을 카프르 타흘라(Kafr Tahla)에서 태어났다. 아홉 남매 모두 대학에 다니게 한 부모 슬하에서 자랐다. 카이로 대학에서 수학하고, 정신과 수련 후 정신과 의사 및 대학 강사로 일했다. 그 후 이집트의 공중 보건 책임자가 되었다.

마흔한 살에 『여성과 성』을 발표 후 삼 년간 아인 샴스(Ain Shams) 대학 의학부에서 여성과 신경증을 연구했다. 교도소와 병원에 있는 여성에 관한 심층 연구 결과는 《이집트의 여성 및 신경증》에 발표되었다. 이 연구 결과에서 영감을 얻은 엘 사다위는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여성 사형수에 관한 소설 『영점의 여성』을 집필하였다.

마흔여섯 살에 출간한 대표작 『이브의 숨겨진 얼굴』에선 아동 학대, 매춘, 성관계, 결혼과 이혼, 이슬람 근본주의와 같은 아랍 여성과 관련된 주제를 다루었다. 꾸준한 창작과 함께 이집트 예술 및 사회 과학 최고위원회의 회원, 보건 교육 협회와 이집트 여성 작가 협회의 창립자, 아랍 여성 연대 협회 및 아랍 인권 협회의 공동 창립자, 또한 유엔 아프리카 여성 프로그램 고문 등을 맡아 여성의 사회적, 지적 자유를 위해 적극적으로 헌신하였다.

오십여 편에 달하는 희곡, 소설 및 단편 소설 등은 대부분 종교적 근본주의와 충돌하는 민감한 문제를 여성의 성적 및 법적 지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작물은 정치 및 종교 당국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보건부에서 해고당하고, 잡지 편집장과 이집트 의학 협회 사무 총장직을 잃고, 반국가 혐의로 수감되었다. 투옥이 그녀의 당당함을 막을 순 없었다. 펜과 종이를 몰수당했지만, 작고 너덜너덜한 화장지에 눈썹연필로 끊임없이 글을 썼다. 출옥하여 정부를 공격하는 내용의 『여성 교도소 회고록』을 출판했다.

“교도소에서 나왔을 때, 갈 수 있는 길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지배 기관의 노예가 되어 위대한 작가라는 칭호를 얻는 길이었고, 다른 하나는 끊임없이 교도소로 가는 길이었다. 거짓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진리의 편에 서기보다 더 위험한 것은 없다. 사회적 인식은 불의를 깨닫고 사물을 변화시키려는 의지와 추진력이 있는 사람들에 의해 발전한다. 이 세상의 어떤 권력도 나의 글쓰기를 멈추게 할 순 없었다.” 관습적 통념에도 굴하지 않고 표출하는 그녀의 몸짓과 글은 아랍 사회에 큰 영향을 끼쳐,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꾸준히 변화하고 있다.

식지 않는 의지와 추진력으로 점철된 여든아홉 살 엘 사다위의 음성은 오늘도 변함없이 또렷하다. "나에게 페미니즘은 모든 것을 포함합니다. 그것은 사회 정의, 정치적 정의, 성적 정의입니다. 의학, 문학, 정치, 경제, 심리학 및 역사 사이의 연결 고리입니다. 페미니즘이 전부입니다. 이것 없이는 여성의 억압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녀를 ‘아랍 세계의 시몬 드 보부아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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