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자료 시스템 직접 입력 요구, 거부 시 대금 지연 등 ‘패널티’ 부여도…업계 “룰 지켜달라”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최근 일부 의료기기 분야 간납사들이 식약처 공급내용보고 진행 시 각 의료기관 별 공급자료 신고의무를 전가하며, 공급업체가 이미 제출한 자료를 이중으로 보고해야 하는 업무 부담이 발생하는 횡포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달 올려야 하는 정보 보고에 대한 각종 어려움을 공급사가 대신 짊어져야 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행정처분 발생 시 생길 패널티까지 부담시키려는 움직임까지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의료기기 공급내역 보고서 양식

15일 의료기기업계에 따르면 일부 간납업체들을 통해 의료기기통합정보시스템 공급내역보고 등록 업무를 공급사가 대행 해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협조 사항을 공문 등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식퓸의약품안전처는 의료기기 유통구조의 투명성과 위해제품 추적성을 높이기 위해 제조·수입·유통 단계별 의료기기 공급내역 보고를 의무화 한 ‘의료기기 공급내역보고 제도’를 7월 1일부터 시행했다.

이번 제도는 의료기기 제조·수입·판매·임대업자가 의료기관과 의료기기 판매·임대업자에게 의료기기를 공급한 경우, 공급자 정보와 제품 정보 등을 의료기기 통합정보시스템을 통해 보고하는 제도로서 위험도가 높은 4등급 의료기기부터 단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공급자 정보, 공급받은 자 정보, 제품정보, 공급정보(일시, 수량, 단가) 등을 입력하는 과정에서부터 파열음이 생기고 있는 모습이다. 불공정행위를 통해 부담을 가중시키는 소위 ‘갑질’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체들이 지적하는 불공정행위의 주요 사례로는 판매업자 시스템에 공급사가 직접 입력을 요구하고, 특정양식으로 15일까지 작성을 요청한 경우도 있었다. 여기에 한 간납사는 공급내역보고를 대신 작성하지 않을 시 발생할 수 있는 행정처분에 대한 패널티로 의료기기 공급업체에게 대금지급을 지연하겠다는 내용의 공문도 대놓고(?) 보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를 바라보며 업계는 실질적으로 간납사는 유통 업무에 관여하지 않고 있고, 공급내역보고를 할 수 없기에 업체에게 업무를 전가하는 현실이 드러났다는 주장이다.

의료기기 최종공급자는 누구? 통행세만 받는 간납사

글로벌 의료기기업체 A사 임원은 “정보가 부족하다는 이유 등으로 실무를 해달라며, 매일 언제까지 제출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연락이 오고 있다”며 “신규 코드와 계산서 발행 거부를 비롯해 향후 응하지 않을 경우 생길 불이익도 두렵지만, 여기에 소요되는 시간과 더불어 당장의 비용과 필요한 인력에 대해 계산을 왜 우리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간납사가 존재 이유와 본연의 역할을 하지 않고 단순 게이트키퍼로 통행세만 받고 있어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내년과 내후년에 3등급과 2등급 의료기기까지 포함될 경우 업무가 폭증할 것은 불 보듯 뻔한데 복지부와 식약처도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여기에 글로벌 기업 대비 규모가 작은 국내 기업들 중 일부는 벌써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수술용 의료기기를 공급하는 B사 관계자도 “잘못된 선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제품이 한 두개가 아니지 않는가? 역할을 맡기는 과정에서 회사 내 직원들 사이서 생기는 갈등과 불만의 목소리도 큰데, 국가가 짠 룰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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