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권익위원회(권익위)를 찾는 의사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10월 들어 전국의대교수협의회, 서울시 25개구의사회 회장단이 권익위를 다녀간데 이어 서울의대, 연세의대, 고대의대 등 국내 유수의 의과대학 대표자(의료원장)들이 권익위 문턱을 넘었다.

이정윤 편집부국장

그들이 권익위를 찾은 이유는 올해 의사국시를 거부한 의과대 본과 4년생들을 대신해서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시험기회를 부여해서 향후 도래할 의사 부족으로 인한 국민 불편을 예방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중진 의사들이 권익위를 방문, 대국민 사과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아직 싸늘한 분위기인데 '왜 의대생들이 직접 사과하지 않느냐', '다른 직능과 형평성에 맞지 않다' 등이 그 이유로 읽힌다.

의료계 대표들의 ‘의사국시 기회 부여 촉구’ 행보로 이제 ‘추가 의사국시’ 여부는 정부의 손에 달렸다.

정부의 기능은 법을 준수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도 있지만 우리 국가와 사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견인하는 책무도 있다.

우리는 코로나를 겪으면서 전체 국민에 재난지원금이라는 초유의 경험을 했다.

정당들은 앞 다퉈 전체 국민에게 지급하자는 여론을 일으켰지만 정부는 갚을 걱정을 했다.

나랏빚 내서 지금 국민들에게 나눠주면 결국 후손에게 부담을 준다.

정부는 미래를 걱정하는 것이다.

의사국시와 관련해 여론에 예민한 정당(여당)이 국민적 합의니 사과 운운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정부는 비정상 사회를 떠올려야 한다.

의료계 파업에 동참한 의대생들이 밉지만 1년 후, 2년 후 의사 부족으로 국민들에게 돌아갈 피해나 불편을 차단하는 일이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다.

해마다 배출되는 3100여명의 새내기 의사 가운데 내년에 당장 2700명이 면허를 받지 못한다면 의료 현장은 매우 비정상으로 돌아갈게 분명하다.

대형병원에서 전공의가 턱없이 부족하면 중진 의사들이 과도한 업무에 내몰리고 의료의 질은 하락할게 자명하다.

군의관이며 공익의사가 태부족하면 의료 소외지역의 주민 건강은 어찌할까.

정부 일각에서는 자신감 표출도 있지만, 90% 가까운 의사들이 배출되지 않는데 어찌 부작용이 없겠는가.

무책임한 자만이다.

우리나라를 비롯 전 세계는 지금 코로나 팬더믹(대유행)에 빠져 있고 언제 종식 될지 모르는 엄중한 시기다.

적어도 내년까지는 코로나 대유행이 지속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내년에 의사 2700명이 갑자기 줄어든다면 코로나 진료 현장의 모습은 어떨까.

‘의료 공백’ ‘의료 질 저하’ 등을 외치는 의사들의 호소에 적어도 정부는 귀를 열어야 한다.

'괘씸한 의대생'들이라는 여론은 내년에 의료공백이 생겨 국민 불편이 생기면 ‘무능한 정부’ ‘무책임한 정부’로 향한다.

정치가 현실을 직시할 때 정부는 미래도 봐야 한다.

정부가 내년 이후에 의사 부족으로 의료 공백을 걱정한다면 의대생을 향한 일방적 비난 여론만 형성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제 '추가 의사국시'는 정부 의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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