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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불멸의 연인은 ‘안토니 브렌타노’ 추측피아니스트 김윤경의 클래식 편지<24>

음악이 흐르는 진료실
피아니스트 김윤경의 클래식 편지


베토벤의 인연들 Ⅱ

[의학신문·일간보사] 베토벤 사후에 그의 유품에서 세 통의 편지가 발견된다. 열렬한 사랑의 고백이 담긴 편지들은 온천지 테플리츠에서 7월 6일 월요일 오전, 저녁 그리고 7월 7일 눈을 뜨자마자 쓴 듯한 내용으로 보인다. 수취인과 연도는 적혀 있지 않다. 편지에 따르면, 베토벤은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엄청난 마음의 고통을 겪고 있고, 상대방인 “그녀”는 그의 사랑에 같은 마음으로 응답했고, 그와 함께 하기 위하여 큰 희생을 치룰 준비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기 작가들은 베토벤이 이 편지들을 1812년도에 썼다고 결론을 내렸다. 음악사의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중 하나인 베토벤의 “그녀” 즉 ‘불멸의 연인’의 정체는 과연 누구일까?

많은 음악학자들이 다양한 근거를 내세우며 추정을 하였지만, 현재 우리로서는 알 길이 없다. 1970년 대에 유명한 베토벤 연구가인 메이너드 솔로몬은 그 어느 누구도 발표하지 않았던 결과를 발표한다. 바로 베토벤의 불멸의 연인은 안토니 브렌타노(Antonie Brentano 1780-1869)라는 것이다.

편지의 수취인은 1812년 여름 칼스바트 방문해서 베토벤을 만났는데, 그럴 개연성이 있는 사람은 안토니 브렌타노 한 명 뿐이었다고 한다. 또 다른 베토벤 연구가는 1813년에 태어난 안토니 브렌타노의 막내 아들인 칼 조세프가 베토벤과의 1812년 밀회에서 생긴 아이라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베토벤이 ‘다정한 마음, 빛나는 영혼’을 가진 사람이라고 불렀던 안토니 브렌타노는 베토벤의 친구였던 프란츠 브렌타노(Franz Brentano)의 아내였다. ‘그녀’는 수년간 해외에 거주하다 1809년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가족과 함께 고향인 빈으로 돌아왔고, 그녀의 남편인 프란츠 브렌타노와 30대 후반의 베토벤은 첫 만남부터 좋은 친구가 되었다. 베토벤은 그들의 가족 모임에 참여하고 그들의 집 난롯가에서 몸을 녹이며 가족처럼 가까이 지내게 된다.

안토니는 외교관의 딸로서 비엔나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15살 연상의 부유한 사업가인 프란츠 브렌타노와 원하지 않은 결혼을 하여 빈을 떠나 생활하고 있었다. 프란츠는 꽤나 자상하고 인자한 남편으로 아내가 고향을 그리워할 때마다 그녀를 데리고 빈에 갔었고, 안토니는 그런 남편을 사랑하지는 않았으나 깊이 존경하고 따랐다.

 

베토벤과 안토니는 계몽주의 사상과 이념을 공유하였고, 서로를 깊이 존경하는 ‘친구’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베토벤은 친구 프란츠를 대신하여 자주 아팠던 안토니를 위해 그녀의 침대 밖 피아노 방에서 자주 연주를 하며 그녀를 위로하였다.

서로에 대한 존경심은 점차 사랑의 감정으로 발전했다. 베토벤은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준 절친의 아내와 사랑에 빠졌다는 죄책감으로 무척이나 비참해하고 괴로워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안토니는 베토벤에게 함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자며 청혼을 하지만, 친구를 배신할 수 없었던 베토벤이 거절을 하며 두 사람의 사랑은 일단락을 맺는다. 브렌타노 일가가 빈을 떠난 해인 1812년 7월 3일 그녀는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칼스바트를 향해 가는 길에 프라하에 머물게 된다. 베토벤은 이미 이틀 전에 프라하에 도착해 있었고 두 사람은 그날 밤 같은 여관에서 밀회를 즐긴다. 얼마 후 두 사람은 어디선가 만나게 되지만 그 이후 두 사람의 여정은 엇갈리며 서로 다시는 못보게 된다.

안토니와 헤어진 직후 베토벤이 쓴 일기는 고독과 괴로움으로 가득차 있다. “너, 불쌍한 베토벤이여, 너에게 행복은 따로 주어지지 않는다. 너는 오로지 혼자 모든 것을 창조해야만 한다. 너의 예술 안에서만 살아라. 그것만이 너의 유일한 실존이다.” 5년이 지난 시점에도 베토벤의 그녀에 대한 상실감으로 몸부림친다. “복종, 운명에 대한 철저한 복종만이 신에 대한 봉사로 이끌 수 있다. 오! 신이시여!, 나 자신을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 힘을 주십시오. 또한 나를 구속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롭게 해 주십시오. A와의 모든 관계는 끝이 났습니다.”

훗날 베토벤은 그의 피아노 소나타 중 가장 애틋하고 친밀한 사랑을 표현하는 작품인 소나타 30번을 안토니의 딸 맥시밀린에게 헌정하였고, 마지막 두 개의 소나타도 안토니에게 헌정하려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1820년도에 작곡된 베토벤의 가장 길고 난해한 피아노 작품인 ‘디아벨리 변주곡 (Diabelli Variations)’이 안토니 브렌타노에게 헌정되었다. 베토벤의 연가곡인 ‘멀리있는 연인에게(An die ferne galiebte)’ 또한 안토니 브렌타노를 생각하며 만든 작품일 것이라고 추측되고 있다.

안토니 브렌타노가 베토벤의 ‘불멸의 연인’인지 확실하지는 않다. 하지만 위와 같이 베토벤의 인생에 걸쳐 사라지지 않는 긴 여운을 남긴 여인이 안토니 브렌타노라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맑은 하늘과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부는 요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0번이나 ‘멀리있는 연인에게’ 를 감상하면서 지난간 사랑의 추억에 한번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베토벤의 안토니 브렌타노를 향한 고통을 간직하여 비장하기까지 한 사랑과 우정이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의학신문  medicalnews@bo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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